로또 청약,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낳은 기괴한 코미디

30억 조합원의 지갑을 털어, 15억 현금 부자에게 주는 로또

by 망상해변

​나는 2011년 결혼하며 산 오래된 나홀로 아파트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1주택자다. 부동산 투자와 개발의 최전선부터 개업공인중개사를 거쳐 현재는 부동산 플랫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 사는 집 외에는 단 한 번도 부동산을 사고팔아본 적이 없으며 그 흔한 '로또 청약' 버튼조차 눌러본 적이 없다. 투기판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관조자(觀照者)의 포지션을 유지해 온 내 눈에, 지금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이 낳은 가장 기괴한 코미디다.


​물론 공공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가 토지수용권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해 원주민의 땅을 수용하여 조성한 택지이기 때문이다. 공권력으로 원가를 통제해 얻은 혜택은 당연히 최종 수요자인 국민에게 환원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100% 민간 자본과 리스크로 굴러가는 '민간택지'에 이 반시장적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시장의 룰은 완벽하게 왜곡된다.


​서민의 사다리가 아닌, 현금 부자들의 도박장


​정부는 분양가를 통제하는 명분으로 '집값 안정'과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내세운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 신축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라. 당첨만 되면 1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25억 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당장 통장에 최소 10억에서 15억 원의 현금이 꽂혀 있어야 한다.


​현금 15억을 쥐고 있는 사람이 과연 주거 사다리가 필요한 '서민'인가? 이것은 서민 보호가 아니라, 현금을 쥔 또 다른 부자에게 로또를 안겨주는 기막힌 촌극일 뿐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이 10억 원이라는 로또 당첨금의 출처다. 이 돈은 인프라 확충에 쓰이는 공공 기여금도, 건설사가 양보한 마진도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30억 원짜리 자산을 가진 재건축 조합원이 시장 가치에 따라 누려야 할 개발 이익이다. 그들의 개발 이익이 과도한지, 혹은 세금으로 얼마나 환수해야 옳은가는 완전히 별개의 논의다. 진짜 문제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A(조합원)의 주머니에서 10억 원을 강제로 꺼내어, B(현금 부자 당첨자)의 주머니에 꽂아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과연 정상적인 자본주의라 부를 수 있는가?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오만함이, 결국 전 국민을 '로또 당첨'이라는 헛된 희망 고문에 빠뜨린 거대한 도박장을 개장해 버렸다.


​공급의 혈맥을 끊고 탄생한 '기형종'들


​이 무식한 가격 통제는 결국 도심의 가장 핵심적인 신규 주택 공급줄을 틀어막았다. 마진이 사라진 시행사와 조합은 아파트 짓기를 멈췄다. 대신, 자본은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찾았다.


​상업용지에는 번듯한 주상복합 아파트 대신 '생활형 숙박시설(생숙)'과 '하이엔드 오피스텔'이라는 기형적인 상품들이 때려 지어지기 시작했다. 분양가 통제를 피할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주거의 본질이 결여된 변종들이 도심의 알짜배기 땅을 채워버린 것이다. 양질의 주택이 공급되어야 할 자리를 규제 회피용 기형종들이 차지하는 현상, 이것이 분상제가 낳은 가장 뼈아픈 시장의 복수다.


​쓸모없는 자물쇠를 부숴라


​누군가는 반문할 것이다. "지금 분상제를 풀어줘도 어차피 폭등한 공사비와 PF 경색 때문에 아파트 공급은 안 나올 텐데, 굳이 풀 이유가 있냐?"라고.


​맞는 말이다. 당장 분상제를 푼다고 내일 도심 한복판에 크레인이 수십 개씩 올라가며 공급 러시가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논리는 역설적으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이미 강력하게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분양가가 비싸면 어차피 시장에서 미분양이라는 철퇴를 맞는다. 시장이 스스로 균형을 찾고 가격을 조율할 수 있는데, 도대체 왜 국가가 나서서 '분양가 상한제'라는 녹슨 자물쇠를 하나 더 채워두고 있는가?


​강남 등 도심 핵심 지역의 땅은 유한하며, 어느 나라든 고급 주거지는 고유의 희소성을 갖는다. 전 국민이 강남 신축 아파트에 살아야 할 마땅한 까닭이나 권리도 없고, 국가가 에르메스 가방의 가격을 통제하지 않듯 희소한 하이엔드 주거지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누르는 짓은 멈춰야 한다.


​썩어가는 상처에 통제라는 붕대를 감아둘 것이 아니라, 메스로 째고 기형적으로 꼬인 자본의 혈맥을 정상적인 주택 시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쓸모없는 자물쇠를 부수는 것, 그것이 이 지독한 도박판을 끝내고 시장의 이성을 되찾는 유일한 출발점이자 진정한 의미의 '비정상의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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