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 찐하게. 친하게.

지구별 탐사일지 17화

by Stardust

새벽.

Y와 함께 트레비 분수에 다녀왔다.

도착해서 제일 처음 간 곳도

트레비 분수였다.

아무도 없는 트레비 분수가 정말 아름답대.

J가 해준 말이었지만,

피곤한 그녀는 일어나지 못했다.

이른 아침에도 사람들은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동전을 던지지 않았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보다,

지금의 순간을 마음에 묻어두고 싶었다.


짐을 싸는 아침,

두 친구가 자기네 귀국 가방에

내 짐을 조금씩 나눠 담아주었다.


2주가 언제 이렇게 휙 지나간 걸까?

"너 혼자 남아서 어떡해."


J는 내가 피렌체에서 산 실크 스카프를 고이 접어 챙겨 갔고,
Y는 내 여름옷 뭉치를 가방 속 깊이 눌러 넣었다.


우리 셋은 길 모퉁이만 돌면 있는

Rosemary, terre e sapori식당에서

느긋하게 브런치를 했다.

벌써 세 번째니, 단골이었다.

카푸치노, 코르네또, 에스프레소…


그리고 캄피돌리오 언덕을 한 번 더.


호텔로 돌아오던 길,
매번 스쳐 지나치기만 했던 계단 아래에서 뜻밖의 대성당을 발견했다.
세렌디피티.


초기 로마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프레스코화를 품은 산 비탈레 대성당.
세월을 버텨온 건물답게

도심보다 조금 낮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곳에 닿기 위해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우리는 말을 잃은 채 한참을 머물다 나왔다.


로마는 떠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를 멈춰 세우고

홀렸다.


비행기 시간이 넉넉한 친구들이

테르미니 기차역까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내겐 아직 한 달의 여정이 더 남아 있는데,

친구들을 따라 집에 가고 싶어졌다.
나도 가방에 넣어 데려가줘…


헤어지기 직전,

친구들은 나를 꼬옥 안아 주었다.

따뜻해서 더 아쉬웠다.

그런데 돌아서자마자 또 분주해진다.


캡슐 커피를 찾아야 하고,

무지개 올리브 오일도 사야 하고,

아까 본 재킷도 다시 입어보고 싶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셋답다.

테르미니 역에서 본 하늘


잘 가, 친구들아.

우리 정말 찐하게, 친하게 잘 지냈다. 그치?


다음엔 또 어디로 갈까.

아마... 그때도 이렇게 떠들며 웃고 있겠지?


2025 가을, 이탈리아

세 사람.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