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노 분홍 팔찌

지구별 탐사일지 14화

by Stardust

이탈리아 여행은

셋이 아니라 넷이 출발할 예정이었다.

우리 넷은

지난봄 속초에 예비 여행도 다녀왔었다.



비행기표를 사야 할 즈음,

K가 여행을 포기했다.

평소 생기 발랄하고 패션도 비비드 한

K는 몸이 여리다.


코로나도 4번이나 걸렸고,

면역력도 약한데,

이번에는 허리까지 삐끗했다.


처음 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장 신나 했었는데…

여행동안 종종 K를 떠올렸다.


셋이 한 방에서 자면서,

넷이 왔더라면

방 두 개를 얻어

훨씬 쾌적했을 텐데,


포지타노에서

화려한 원색 원피스를 보면서

K라면 잘 소화했을 텐데,


여자 곤돌리에가

멋지게 세레나데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K도 노래를 잘 부르는데…


내심

베네치아에서 K의 선물을 사고 싶었다.

수년 전 사갔던 무라노 귀걸이는

오랫동안 나의 애정템이었다.

빛을 머금은 유리가

K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유리 세공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마다 골목마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우리 셋은 무라노 섬에도 들렸다.

다 비슷해 보여도,

유리구슬들은

색도 크기도 영롱함도 달랐다.

가게마다 특색이 있었다.


휴- 쇼핑은 힘들어.

알고 보니 나는 결정장애자였다.

그러다 지쳐버렸다.

깊숙이 자리 잡은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엔,

그저 무념무상.

우리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람을 느끼며

가만히 앉아 쉬다가 일어섰다.

그렇게 유리섬 무라노에선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나는 두 번째 베네치아 여행에서,

바로 그 대성당 앞,

운하 건너편 가게에서

K에게 어울릴 만한

귀걸이와 팔찌를 발견했다.


크기며 영롱함,

핑키한 분홍빛까지

딱 K였다.


K가 무척 좋아했다.

역시, 참 잘 어울렸다.

함께 하지 못해,

괜히 더 서운해졌다.


다음에,

또 봄 바다 보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