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2화
셋이서 2주간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런데 주변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셋이서? 그것도 자유여행으로?"
"십중팔구 현지에서 싸우고 헤어지거나, 다녀와서 서로 안 볼텐데...괜찮겠어?"
우리는 다들 무던하다고 말해도,
지인들은 어김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출발 전부터 삐걱거렸다.
취향과 희망 도시를 물어봐도
"네가 알아서 해"
"우리는 처음이라 잘 몰라."
결국 나 혼자 일정, 교통편, 소요시간까지 구글 시트로 정리했다.
출장 일정도 이렇게까지 공들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공유하자마자 또 문제.
한 친구는 암호를 잊어 시트를 열지도 못했고,
어렵게 조율한 일정은 "너무 많다"는 말 한마디에 다시 원점.
그리고—
이탈리아는 처음이라는 한 친구가 신혼시절 다녀왔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해냈다.
우리가 그 정도였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가 바뀌었다.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그녀들에게 다정하고 도움이 되는 내가 되기.
고등학교에서 만나 평생 이어온 우리 셋.
이탈리아에 함께 온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기적이다.
나,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