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참, 생각보다 쉽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전 세계적인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 한두 달이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친구와 약속도 취소하고 방에 콕 박혀서 사이버강의와 과제를 수행하며 계획표를 짜고 어설픈 볶음밥을 해 먹는다는 뜻이다. 시간표에 매여있던 사람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과정이지,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다가 결국 한계에 봉착했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나는 사회적인 인간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점일까 아닐까.
나는 사람들, 특히 한 번에 여러 사람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다고 느낀다. 어디다 눈을 마주쳐야 할지 모르겠고, 나름 인생살이 하면서 얻어낸 대화 주제와 방법을 동원해도 밥 먹자고 약속 한번 잡기가 어렵다. 그 타이밍이라는 게, 그 공간이라는 게 가늠이 잘 안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친해진 무리가 대충 정해진쯤에는 다가가기가 더 어렵다. 그리고 코로나는 상황을 심화시켰다. 개강을 했으면 매일 얼굴을 부딪히며 인사라도 했을 텐데, 카톡도 잘 안 하니 이건 뭐, 정말 고립무원이다. 친한 친구들도 못 만나고, 그나마 남자친구가 가끔 잘 살고 있나 들여다보러 오니까 사람하고 얼굴을 맞대고 대화라는 것을 한다. 음, 그리고 텃밭에서 만나는 한두 사람 정도?
집순이에 아싸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렇게 힘든데 인싸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면서 위안 삼고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을 들어가니 참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놀러도 가더라. 갑자기 버스가 타고 싶어 졌다. 주기적으로 나들이를 나가줘야 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서러워서 엄마한테 전화하니 마스크 잘 쓰고 다니라고, 자가격리하는 사람들 생각하면서 바이러스 참 무서운 거니까 조심하라고 한다. 곡성은 언제든지 놀러 갈 수 있다고. 방 한구석에 놓인 바질에 물을 뿌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동생이 이번 코로나로 빠르게 나오는 논문들을 뒤져보고 있었을 때 곁에서 슬쩍 보면서는 금방 휩쓴 만큼 금방 잡히리라고 생각했다. 높은 치사율과 약한 전염력은 짝꿍이고 고작 감기는 높은 전염력의 상징이었으니까. 야생 박쥐에서 나온 바이러스라고 하니 인간 숙주한테 적응할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변종 얘기도 거의 없었어서 별거 아니라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 별거였다. 나 같은 사람들이 질본에 있었으면 큰일 날뻔했지.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날도 따뜻해졌는데 빨리 사라졌으면!
요새 여러 과목에서 치근단 병소를 가르쳐주는 중이다. 작은 치아의 세계에서 후하후하 숨 쉬다가 야외활동은 괜찮다는 핑계로 상추나 구경하러 가야겠다. 마스크 꼭 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