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초보의 텃밭 가꾸기
2월 중순, 갑자기 생각나 들어간 학교 홈페이지에서 텃밭 분양 공지가 올라올 것이라는 글을 발견했다. 작년에는 선착순인 신청 시기를 놓쳐버리는 바람에 묵혀놓았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아주 빠르게 신청에 성공했다. 1평짜리 틀밭과 3평짜리 노지가 같은 가격이었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땅만 크면 안 될 것 같아 틀밭을 신청했다. 그리고 밭을 보다 보니 욕심이 넘쳐서 다음에는 넓은 땅으로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다들 모종을 많이 심었지만 씨앗부터 길러보려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추와 당근은 놀랍게도 새싹을 보여주었다. 까치가 씨앗을 파 먹는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다행히 까치는 먹을게 많았는지 상추씨를 탐내지 않았다.
밭에 갈 때마다 조금씩 본잎이 쑥쑥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 모른다. 물은 가끔 뿌려주었지만 잘 자라라고 노래를 불러주거나 춤을 춰주지도 않았는걸. 씨앗을 심는 순간에도 당근을 뽑아먹는 상상을 했는데, 이쯤 오니 그냥 무럭무럭 자라기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모래알만한 씨앗이었는데 대견하게도 주변에 잎이 올라오는 나무들과 발을 맞춘다. 봄이 기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