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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리스 Aug 03. 2018

#2 여름학기를 마치고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경험

 계절학기 성적이 나왔다. A+. 기대하지 않았는데 얻은 좋은 결과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성적은 둘째 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다. 그젠가는 같이 한강변에서 치킨을 먹었다. 폴란드에서 온 친구들은 목요일에 한국을 떠났다.


EU에 관한 경제학 세미나였다.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경제학 세미나. 교수님은 스페인에서 오셨고, 학생들은 폴란드, 스리랑카, 한국 출신이었다. 처음에는 호주와 중국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는데 처음 일주일이 되기 전에 드랍을 해버렸다. 이 과목을 선택한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계절학기를 들어보고 싶었고, 다음 학기가 지나면 본과에 올라갈 준비를 하기 때문에 기회가 이번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외국어 수업으로 듣고 싶었다. 그래서 재밌을 것 같다는 같은 과 동기의 추천을 받아 거침없이 수강 신청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취소를 고민했다.


 처음엔 헤맸다. 하지만 다들 어려워한다는 소문을 듣고 온 교수님 담당 도우미 학생이 "계속 들으실 거죠?"하고 물었을 때 "네"라고 대답한 게 아까워서 마지막 드랍 기간을 넘겨버렸다. 좋은 선택이었다. 앞에 나서면 자꾸 영어를 버벅거리는 바람에 내가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왜인지 서글서글하고 유쾌하고 자연스럽게 말도 못 건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잘 끝났다.


 수업이 있던 마지막 주 수요일이었던가, 대학생답게 수업 듣는 친구들과 교수님과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하고 술을 마시러 갔었다. 정말 재미있었다. 교수님의 친구 교수님들도 껴 있었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알콜이 들어간 영어로 손짓 발짓 섞어가며 얘기를 나누면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다고 느껴진다. 딸기게임도 했다. 다음날 교수님은 꿈속에서 딸기가 등장했다고 한다. 웃겼다.


차마 얼굴들을 올릴 수가 없어서 인터넷에서 퍼온 사진이다.

 날씨가 별로 여행에 좋지 않은 게 아쉬웠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볼 게 많은데! 가을엔 낙엽이 참 예쁜데! 이번 여름은 너무 뜨겁다. 한국 왔을 때는 한 일이 주간 흐리고 비만 오더니 지금은 미친 듯이 덥다고, 차라리 흐린 게 나았다고 얘길 하더라. 그 전날 아파서 빠진 스리랑카 친구가 더위를 먹었었다고 했다. (아닌 척했지만, 사실 그동안의 평균 기온을 보면 요새는 비정상적이다.)


 확실히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하긴 한다. 몇 명과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고, 교수님은 트위터와 링크드인이 있다고 했다. 구글에 검색하니 나왔다. 메일 주소도 있고, 그럼 걱정 안 해도 된다. 지구 어디에서든 언제든 어떤 언어로든 얘기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친구들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스페인어로는 올라(안녕), 그라시아스(감사합니다), 무이비엔(very good), 발레(good, right), 데나다(no problem), 폴란드어로는 나스트로비에(건배)를 외칠 수 있게 되었다. 수업 내용 말고도, 여기에 다 쓸 수 없을 만큼, 한 달 만에 많은 걸 배웠다.


 한때는 남들을 부러워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그냥 부러운 것은 인정하는 게 더 마음이 편한 것 같다. 나도 외국에 나가서 공부를 한 번 해봤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했었다. 에라스무스의 혜택을 받는 유럽인들 얘기를 들어보면 더 그렇다. 'next year, next country', 기억에 남는 명대사(?)다. 가서 학기를 보내진 못하더라도, 졸업을 하기 전에 유럽으로 여행을 한 번 가야겠다. 가서 연락해야지. 물론 돈을 모아야지 갈 수 있는 거지만, 계획한 건 거의 하는 편이라 이것도, 아마, 될지도 모른다.

 설레발 치면 안되는데 자꾸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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