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 말랑한 것

by 계단실

그런 여리고 말랑한 것은 더이상 하지 않으려 했다. 두 마음의 모양과 무게를 가늠하다가 번번히 그 격차에 무너지다가도 어느 장난스런 목소리에 며칠 밤을 타넘을 수 있게 하는 것. 감당하지 못할 어느 한 삶동안 묻어난 온갖 생채기와 습관들을 오롯이 떠안을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


계절도 손바닥도 겹쳐지고, 에어컨도 머릿속도 수근거리고, 부슬비에 아스팔트가 촉촉해가면 나는 포개어 놓은 어깨에 고개를 묻고 당신이 앞으로 내쉴 한숨들을 모두 들어마시려 하겠지. 달리기만 하던 맥박이 맞아들어갔다. 여리고 말랑한 램프 불빛을 타고.

매거진의 이전글자유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