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뻘의 이모님은 우리를 삼촌이라 한다. 웃돈을 얹지 않아도 가을에는 감을, 겨울에는 귤을 내어 주시는 분. 콩간장을 담갔으니 맛보라며 밥을 볶아 건내주시는 분. 내 어림의 삼년상이 꼬였다 싶은 날에는 번데기탕이 홀로 얼큰하고 장마가 시작한 날에는 옆집 편의점에서 사온 막걸리에 함께 달큰하다. 오랫동안 마음에 둔 사람에게 어느 영화 반전처럼 보여주려 엄포를 놓은, 밀가루를 끊노라 단편적 선언이 산산히 부서지는 곳. 양키들 넘어와 사는 마을, 비마저도 요란차다. 장마에 반바지도 젖어 올라와 속옷차림으로 눕는다. 비가 쏟아지고 나면 내일 새벽엔 전투기 굉음 없이 고요할 것이니, 아무렴 깨질 것 같은 숙취도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