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은 재수가 없었다. 언제부터 원했다고, 가서 닿지 못한 원함에 걸려 허우적댔고, 예상치도 못한 곳에 가서 닿은게 원한으로 남았다. 낮에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연초에 불을 놓으며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과 조 뭐시기 이 뭐시기가 개새끼라는 말을 잠꼬대처럼 했고, 밤에는 수년 전 잠깐 얽혔거나 한두번 발칙하게도 그려본 여자들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생생한 꿈에 사연도 없이 등장했다. 낮의 몽유병과 밤의 몽상. 오랜만에 연락이 닿더라도 뭐하고 지내냐는 말에 할 말이 없던, 그래서 비겁하게 숨어야 했던, 꿈도 일상도 허탈뿐인 겨울.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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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그런 허탈과 분노마저 아주 멀고 지엽적인 것으로 남았다. 우린 왜들 그렇게 촉박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