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2023

by 계단실

푸른색이 짙은 갈색으로 상해가는 곳

여기에는 남자같은 여자들과

파계승같은 남자들이 많았습니다


애써 운명을 휘게 하려다가

더 마주쳐야 할 일출의 수를 셀 때면

의심이 턱밑까지 차올라 울렁이다가도


평년보다 일찍

남방의 기지에 봄이 오면

물 빠진 푸른색이

뒷산에 차오르고


저 산이 다 푸르러지면 집으로 돌아갈게

이곳에도 봄이 오는구나 하는 편지를 끄적거리다가


아직 눈이 내린다는 북방의 친구와

신세를 가늠해보며 애써 도망을 참는 날이

어느덧 도로변을 가득 채운 벚꽃처럼 지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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