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by 계단실

마주 앉아 숫가락으로 아침을 뜨면

식구가 되는 것이라 착각하던 날에도

티 없이 하얗던 당신의 양말

먼지 하나 피 한방울조차 안 묻은

왠지 라벤더 향이 날 것 같던,

어쩌면 그렇게 살 수 있지?


고개를 푹 숙여 바닥을 보니

삐져나가려는 발톱을 회색 양말이

힘겹게 붙잡고 있길래 부끄러워

두 발을 포개봐도

쉽게는 가려질 흠집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박차고 일어나

창문으로라도 뛰어내릴까 싶었지만


다들 흠 없이 멋있네 되게

미안해 그런 겸양이 없어서

멋쩍게 웃으며 현관으로 내려가

공짜로 받은 종이 성냥으로

가벼운 담배에 불을 놓으면

심장이 없는 쪽 폐에 2월이 가득 차오르고


돌아가면 이야기해야지

어떤 연정은 그렇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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