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라피]빅퀘스천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빅퀘스천, 뇌과학자가 명쾌하게 정리하다

by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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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삶은 의미있어야 하는가, 우리는 왜 사랑을 해야 하는가,

왜 서양이 세계를 지배하는가, 진실은 존재하는가, 노화란 무엇인가

등등의 말그대로 31개의 '빅퀘스천'을 뇌과학자가 나름의 시각으로 정리한 책.


각 질문에 대한 그의 생각 하나 하나가 모두 좋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사고를 해 나가는 그의 방식이었다.

역사를 쭉 거슬러 올라가며 해당 질문에 대해 기존 사람들은 어떻게 사고 했는지,

혹은 관련된 이야기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넒게 펼쳐놓고 (인문학적 깊이가 보통이 아닌 듯)

마지막에는 명쾌하게 하나의 생각으로 깔끔하게 갈무리한다.

인문학적 질문에 대해 마치 과학자답게 사고를 한 느낌이랄까?

증거를 수집하여 군더더기 없이 결론을 맺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질문들.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

현대 물리학의 답은 단순하다. 물체와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는 양자역학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무'는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에 '유'이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는 랜덤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리는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생을 이어가는 것은 우리 자신이지만, 처음의 시작이 우리의 의지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가끔씩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곤 한다.

그 답이 '무'는 오래갈 수 없기 때문에 '유'이다, 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과학적 논리이고,

어찌보면 냉철할 수 있지만 너무나 명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본인을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대단한 존재로 판단해서 존재에도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닐까?

어찌 보면 인간은 자연계에 귀속된, '유전자'라는 방식을 통해 프로그래밍된 하나의 개체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이처럼 사실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인간이 좀더 지구상의, 혹은 우주의 모든 것에 더 겸손해질 수 있는 관점이 아닐까.



인생에 절대적인 의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렇게도 반가운 것일까?

의미가 있다는 것은 내 삶에 정해진 목표와 용도가 있다는 말이다. 나에게 용도가 있으면 나는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인생은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무언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를 위한 인생'은 인생에서 절대 의미를 뺀 후부터 가능해진다.

..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왕국 전설의 왕 길가메시는 영생의 약초를 선물받지만 뱀에게 약초를 도난당한다.

영생의 비밀을 손에 잡았다 놓친 길가메시는 울부 짖으며 우트나피쉬팀에게 묻는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어차피 죽어야 하는데 왜 살아야 하느냐고.

우트나피쉬팀은 말한다.

길가메시야, 너무 슬퍼하지 말고 다시 집에 돌아가 원하는 일을 하며 아름다운 여자를 사랑하거라.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종종 만나 맛있는 것을 먹고 술도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라.

비틀즈의 존 레논이라면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길가메시야 인생이란 네가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동안 흘러 없어지는 바로 그것이란다"


-삶은 의미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지나친 의미 부여는

자칫 자신의 삶을 피곤하게 만들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의미'라는 굴레를 씌우지 말고 생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저 책을 읽은지는 한달 정도 넘었는데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아지는 날이면 밑줄 그은 저 말들이 떠오르곤 했다.


다른 질문들에 대해서도 비교적 명쾌하게 답을 해놓은 편이라

꼭 그 답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여러모로 생각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던 나도 한번쯤은 어렴풋이 해본 질문들인데,

내공이 그만큼 없어 정리가 되지 않았던 질문들이었다.

그것에 대한 답을 누군가 이렇게 정리를 잘 해서 사람들과 공유해주고 있다는 것.

문득 감사한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