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小雪)의 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은근한 따뜻함으로 사람을 다독이는 책

by 오인숙
스크린샷 2016-11-22 8.35.38 AM.png

첫눈이 내리는 소설. 오늘은 유난히 기온이 더 떨어져서 추운 날이라고 해요.

이런 날, 조금이라도 마음을 데워주는 소설을 읽어 보면 어떨까 - 싶어서,

소설(小雪)의 소설. 추천해 봅니다.




아버지는 기계안으로 말려들어가 죽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이후로 마음을 잃은 식물처럼 되었습니다.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어린 소라와 나나,

그리고 옆집에 살았던 나기. 셋의 이야기예요.


써놓고 보면 마치 신파와 같이 흘러갈 것 같은 이야기지만

오히려 시니컬한 쪽에 가깝고 그러면서도 숨길수 없는 따뜻함이 배어나지요.

이상한 말이지만 이 책은 그런, 묘한 균형감각을 가진 책입니다.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지 세상엔.

나는 소라에게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간장을 싫어하는 부족.

간장을 좋아하는 부족.

간장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부족.

부족이 되나, 하고 소라는 물었지.

나 하나뿐인데?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지 세상엔.

..

소라,나나,나기가 합체하면, 나비바.

소라나나나기나비바.


책속에 나온 문구예요. 이 문구가 저는 너무나 좋았어요.

간장을 싫어하고, 좋아한다.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이 단순한 사실만으로도 나는 외로운 개인이 아닌, 하나의 '부족'이 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부족만으로서 외로울 때는 다른 부족과 합체할 수 있다.

합체한다하여 하나의 이름으로 통일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이름을 온전히 간직한채, 하나가 되는.

부락과 부락이 나란히 손을 잡고 함께 하는 그런 합체.


마음이 추울 때 내게 체온을 나눠줄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함께 함으로서 나 자신을 잃게 될 까봐, 걱정이 될 때가 있어요.

나의 이상한 면을 당신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러면 그 부분을 나는 버려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게 과연 나일까? 관계를 시작하기 전 부터 몽글 몽글 피어오르는 걱정.

하지만 내가 나인체로 있을수 있다면. 서로의 부락을 인정해주면서 나란히 손을 잡고 합체 할 수 있다면.

'계속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란히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책의 제목인 "계속해보겠습니다"의 원제는 "소라나나나기"예요.

책으로 출판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제목이라 바꾼 듯 합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원래 제목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르륵 불타는 따뜻함이라기 보다는 은근하게 따뜻한 책이예요.

그래서 소설(小雪)인 오늘 더 잘 어울릴 것 같네요.


그밖의 문장

/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

수목원에 가고 싶다는 대답은 대강이었는데.

대강의 대답을 듣고 이렇게 노력하는 서툰 사람.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

잊지마.

내가 이렇게 아플 수 있다면 남도 이렇게 아플 수 있다는 거.

제대로 연결해서 생각해야 해. 그런데 이렇게 연결하는 것은 의외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닐지도 몰라.

오히려 그런 것쯤 없는 셈으로 여기며 지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는 정도인지도 몰라.

그러니까 기억해두지 않으면 안돼. 안 그러면 잊어먹게 되는 거야.


잊으면 괴물이 되는 거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토리테라피]빅퀘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