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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인류학자 Apr 06. 2020

프롤로그

디지털미니멀리즘

어느 친구


난 네가 너무 좋아

넌 너무 재밌어
너를 보고 있으면 두 시간 금방 가

넌 너무 친절해
내가 사고 싶어 하는 걸 따라다니면서 알려줘

넌 너무 똑똑해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게 뭔지 다 알아


신호를 기다릴 때도
똥 쌀 때도
침대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항상 함께 해주는 너

고맙긴 한데

너를 보고 있으면
내 옆에 아이들은 자꾸 짜증을 내

너한테 물어보면
다른 사람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불안해

너랑 쇼핑을 하면
항상 적자야

그런 네가 이젠 진짜 싫어
그런데 이젠 너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나 어쩌면 좋니

그나저나 너!
나랑 남편이랑 같이 있을 땐, 남편 손에서 좀 꺼져주겠니?




앞으로 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랑 너무 친하고, 내가 너무 좋아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나쁜 년,

절교하고 또 절교했지만 헤어질 수 없는


그년은 바로 스마트폰



인터넷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를 살았고

PC방에나 가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 때를 지나

이제 언제 어디서든 순간 접속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음악은 마이마이, CDPlayer, 아이팟으

사진은 디카로

전화나 메시지는 편지, 음성사서함, 삐삐, 휴대폰으로

채팅은 MSN 메신저나 네이트온으로

여행 다녀온 자랑, 사랑하고 이별한 이야기는 싸이월드에서 했었는데..

싸이월드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 가능한 삶을 살고 있다.


이 기계 하나로 무엇이 어떻게 변한 걸까?

이 엄청한 기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난 어떤 고투를 하고 있는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의 단상떠올리고

스마트폰으로 고단해지 삶의 단상을 포착하는 작업을 통해

나는 좀 더 잘 살 수 있길 희망한다


나처럼 스마트폰 사용에 지쳐있지만, 벗어날 수는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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