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딘는] 우리말 맛있는 우리글 #2

문법은 왜 어려운가? 지피지기

by 이학성

문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여러분들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아마 어려워, 복잡해와 같은 부정적인 어휘가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흥미로운 과목이었어라고 답하는 분도 계시겠죠? 만약 이런 긍정적인 대답을 하셨다면 아주 비범한 분이실 확률이 높습니다.

지피와 지기의 관점에서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지피(知彼, 상대방을 아는 것)의 관점에서 문법은 어렵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왜 어려울까요? 누군가를 봤을 때 가까이 가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차가운 인상의 소유자라는 평을 많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법도 같습니다. 문법은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씨를 틀려서는 당연히 안되며 문법에 등장하는 용어도 정확하게 써야 합니다. 또한 국어과목 중에 가장 글이 적고 도표가 많다는 것도 문법을 차가운 인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지요. 정답과 오답이 분명하게 나뉘는 문법이라는 과목은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 사실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수많은 학자들의 입장이 뒤섞이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답을 내릴 수 없는 내용들이 많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변화 없는 고정된 형태로 보이지만 사실 그 내면에는 수많은 변화와 혼란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입장과 입장의 충돌을 살펴보는 것이 문법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지기(知己, 나를 아는 것)의 관점에서 문법이 어려운 이유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형용사는 명사를 꾸미는 것이다.

이 말이 옳은가요?

접속사는 문장이나 단어를 접속하는 기능을 갖는 품사이다.

이 말은 옳은가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영어 문법에서 맞는 말입니다. 국어문법이 어려운 이유 중에 또 하나는 바로 영어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영어교육을 받아왔고 영어 문법에 익숙해져 있기도 합니다. 영어 문법과 국어 문법이 관련성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비슷한 점이 더 많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영어 문법에 익숙한 학생들의 시선에서 국어 문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문법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실 듯합니다. 처음에는 할만하고 할 수 있었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를수록,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할수록 문법을 멀리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분들도 있겠죠. 국어 선생님의 문법 수업이 어느 순간 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들리고 나중에는 외계어로 들려 자장가의 영역으로 변신하는 그 경험. 공감하는 분들이 없지는 않을 듯합니다. 문법 공부에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책을 덮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펼 용기가 없다면 ‘우리는 인연이 아니었나 봐.’라며 이별을 고하겠죠. 차가운 얼굴을 가진 사람에게 꾸준히 사랑고백을 하는 마음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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