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딘는]우리말 맛있는 우리글 #7

비슷한 것들 구분하기-음운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by 이학성

접시꽃을 아시나요? 접시꽃 당신(1985)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가 있습니다.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노래하는, 속으로만 울며 손을 잡고 접시꽃 같은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답니다. 접시꽃은 큰 키를 자랑하고 이름처럼 접시같은 꽃이 사방으로 달린 그런 꽃이지요. 아름답습니다. 독보적인 키와 큰 꽃은 신라시대의 대학자 최치원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였죠. 촉규화라는 최치원의 시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촉규화에 빗대어 자신을 알아봐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이유에서 일까요? 저는 접시꽃이 참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 몇몇은 접시꽃과 무궁화의 구분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들은 구분을 잘하실 수 있으신가요?

접시꽃

무궁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의 말도 그렇습니다. 우리의 비슷한 말소리를 한번 구분해 볼까요?

ㄱ, ㄴ 글자가 아닌 소리를 생각해 보세요. 이 두 개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으신가요? 너무나 쉽다고 생각하시겠죠. 그렇다면 ㄱ, ㄲ 소리를 구분해 보세요. 어떤가요? 다름이 느껴지시나요? 오랜 시간 동안 우리말을 해온 여러분들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겠지만 외국인들의 귀에는 참으로 어려운 구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기’라는 단어를 소리 내 보세요. ‘고’에 있는 ‘ㄱ’과 ‘기’에 있는 ‘ㄱ’ 소리는 구분이 되시나요? 두 ‘ㄱ’은 사실은 다른 소리입니다. ‘밥’에 있는 두 ‘ㅂ’ 소리도 다른 소리지요.

처음에는 말소리를 구분하는 것이 너무나 쉽게 느껴졌겠지만 사실 이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말할 때 사용하는 ㄱ, ㄴ, ㄷ 과 같은 소리들은 사실 한 가지 모습이 아닙니다. ‘밥’을 다시 생각해 보죠. ‘밥’에 첫소리 ‘ㅂ’을 발음할 때는 입이 열리면서 발음이 됩니다. 하지만 받침에 있는 ‘ㅂ’ 소리는 입을 닫으면서 소리가 나게 되어있죠. 하지만 우리는 이 두 ‘ㅂ’을 다르다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밥’과 ‘밤’에 있는 ‘ㅂ’과 ‘ㅁ’은 확실히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죠. 왜 그럴까요? ‘ㅂ’이 사용되는가 ‘ㅁ’이 사용되는가에 따라 의미가 확실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의미를 구분하여주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를 ‘음운’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며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주고받습니다. 이 말들의 의미를 구분하여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운인 것이지요.

사실 음운이라는 말은 두 단어의 첫 글자를 모아 만든 말입니다. 바로 음소와 운소의 첫 글자들을 모아 만든 것이지요. 음소라는 것은 앞서 살펴본 ㄱ, ㄴ, ㄷ 과 같은 자음들, 그리고 ㅏ, ㅑ, ㅏ 같은 모음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 한글을 배울 때 열심히 외웠던 것들이 바로 음소인 것이지요. 이렇게 음소들을 모아서 말을 하게 되면 의미를 담아 다른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운소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 음운은 의미를 구분하는 가장 작은 소리의 단위입니다. 그렇다면 ‘눈이 내려 눈에 들어갔는데 눈에서 물이 나옵니다. 이건 눈물일까요? 눈물일까요?’라는 말을 생각해 보죠. ‘눈’이라는 말이 반복되고 있고 우리는 하나는 겨울에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앞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우리 몸의 기관인 ‘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이 두 ‘눈’의 차이는 소리를 낼 때 길게 발음하는가 짧게 발음하는가의 길이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길게 발음해야 하는 것이지요. '눈보라'와 '함박눈'을 소리 내어 발음해 보세요. 눈보라의 '눈'과 함박눈의 '눈'을 같게 발음하시나요? 눈보라의 '눈'은 길게, 함박눈의 '눈'은 짧게 발음하고 계시다면 정확한 발음입니다. 약간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원래 길게 발음하는 단어라도 단어의 처음이 아니라면 짧게 발음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처럼 자음이나 모음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소리의 길이와 같이 의미를 분명히 구분하여 주는 것이 바로 운소입니다.

비슷한 것들을 가르는 날카로운 시선을, 이제 발휘할 시간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딘는] 우리말 맛있는 우리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