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원하지 않는다
삶은 고통이다.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고통이 되어버린 이 삶을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전지적 인물에 의지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밤하늘의 별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끊임없는 노력만이 답이라 이야기한다.
그런데 삶이 정말로 고난일까? 들에 핀 꽃과 나무, 동물들도 삶을 고난이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언제부터 삶은 고통이 되었을까?
나는 인간이 서로를 삶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어텐션 이코노미는 근래에 나온 말이지만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사회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 옷, 음식들을 만들어내는데 몰두한다. 인간이 인간의 호감과 관심을 사냥한다. 하지만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 행위가 문제다. 인간의 관심은 원래 사냥의 대상이 아니었다.
원래 인간이라는 동물은 무엇을 갈구했을까? 그저 자연을 갈구했다. 만개한 꽃은 수정을 위해 날아오는 벌을 갈구하고 달콤한 꿀을 내어 준다. 인간도 열매가 맺게 도와주는 태양과 적절할 때 내려주는 비를 갈구하고 교감하려 애쓰며 살았다. 내 옆에 있는 동료는 나의 관심을 목적으로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와 똑같이 자연을 갈구하는 동료일 뿐이었다. 비가 내리면 같이 좋아하고 맹수의 공격에서 서로 도와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자연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며 살게 되었을까?
나는 기원전 1만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날 때 즈음이라고 생각한다,
농업혁명 이전 수렵인이었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자연이 주는 대로 받는 자연이 일부처럼 살아갔다.
자연은 아무 조건 없이 주기도 앗아가기도 했다. 그때 자연은 교감과 복종의 대상이었다. 먼 하늘의 색깔과 구름, 바람의 방향과 냄새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읽어 내려 했다.
그런데 농업혁명 이후 함께 모여 잉여의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잉여가 있으니 해가 비치지 않아도 장시간 비가 내리지 않아도 안심이 되었다. 더 이상은 해와 바람의 소리는 관심의 교감의 대상이 아닌것이다.
대신 필요한 것은 약속시간에 벼를 베러 나타나는 ‘너’ 다.
많은 곡식을 실을 수 있는 튼튼한 수레를 만드는 ‘너’, 그렇게 옮겨온 곡식으로 밥을 만들어오는 ‘너’로 계속해서 발전한다. 그렇게 우리는 ‘너’를 원하게 된 것이다.자연이 아닌 인간의 생리와 교감하는 시대가 열린다.
그때부터 인간은 서로를 삶의 도구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너’란 무엇일까?
자연은 변덕이 있어도 절대복종이 대상이지만 ‘너’는 그러지 않다. 조작과 제압의 대상이다. 새로운 환경이 출현한 것이다. 이는 인간 생활환경이 경이, 장엄, 황홀, 받아들임이 주인공인 자연이라는 무대에서 제압, 이용, 극복, 욕망이 주인공인 무대로 바뀐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무대를 ‘문명사회’라 부른다.
문명사회는 인간들이 서로의 마음을 얻기 위해 펼쳐놓은 가상현실이다.
이 가상현실을 추동하는 엔진은 인간의 마음인데 인간이 이 인간의 마음을 잘 모른다. 온갖 사실과 거짓이 난무한다. 그래서 이 문명의 숲속을 거닐던 인간은 번아웃과 허무를 마주한다. 적절한 해결 방안이 제시되지만 문제의 복잡도는 증가한다. 순수한 눈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이 불완전한 가상현실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지만 달아날 방법은 없다. 그것이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인생은 고난의 다른 이름이 된다.
문명은 삶의 절대조건이 아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우리는 그 아래서 사는 것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는 원시 수렵인들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보다 행복했을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도심 속에서도 작은 숲 근처에만 가도 전혀 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보자. 나를 줘보자.
그건 전혀 다른 에너지인데 어쩌면 그게 자연을 닮아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봉사는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을 얻기는 그렇게 어렵지만 자연의 마음을 얻기는 너무 쉽다.
내가 마음을 열기만 하면 된다.
자연은 그 신비와 경이를 365일 24시간 무료로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거랑 그건 다르다고?
아니다.
자연의 마음을 얻어야 인간의 마음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인간 사냥의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