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1000원을 내면 낮잠을 잘 수 있는 마케팅을 한다는 기사를 봤다.
영화의 위기, 입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영화의 권위는 공간에서 나온다.
2~30년 전, 도시 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실내 공간이 극장이었다.
영화는 그런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거대한 무엇이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영화를 극장에서 탈출시켰다.
그런데 그 공간이 더 거대한, 웅장한 어떤 곳이 아니라 손바닥 안.
그 순간 영화의 지위는 반려동물의 그것과 같아진다.
나를 압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말을 들어야 하는 무엇이 된다.
손바닥으로 보는 영화와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전혀 다른 느낌인데 그런 이유에서다.
요즘 영화감독들의 어깨가 축 늘어져 보이는 이유다.
극장에서 낮잠을 자는 행위는 영화를 다시 죽인다.
그것은 교회에 신자가 부족하다고 넓은 공간을 놀리느니 밤에 클럽으로 사용하자는 말이나 같은 말이다.
생각해 보면 못할 이유도 없다.
상업 영화 아닌가. 극장이 살아야 영화가 살지라는 논리 만으로도 가능하다.
돈이 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명제에 아무도 토를 다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니 말이다.
영화는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로 죽어가는 것은 영화로 권력을 쥐고 싶다는 영화인의 권력의지인 것이다.
모든 가치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분쇄되고 재조합된다.
영화 혹은 뭔가에 집착하고 있다면 왜 내가 그것을 하는지 그 마음을 뒤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