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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_19화] 지금 할 수 있는 일

by 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그린 지도를 보고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왔지만 도착한 곳은 항상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니었죠.

지도를 보는 방법이 잘못된 건지,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판이 잘못된 건지 그러다 지도 자체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에 이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무엇을 믿고 가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럴 땐 너무 먼 목적지에서 눈을 돌려 당장 내 옆에 피어있는 꽃들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껴봅니다.

향기도 맡아봅니다. 그러면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여기가 목적지일지도 모르는 느낌이 듭니다.

목적지도 여기와 별다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도 아직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에 미련이 남겠죠.

그래도 주위를 둘러봐야합니다.

이곳도 누군가에게는 목적지일 수도 있어요.

곁에 핀 꽃의 향기가 당신이 향하는 곳으로 갈 힘을 줍니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도 시작하기 힘들었을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두 손을 움직일 수는 있었기 때문이죠.

그림을 그리는 순간은 저에게 목적지였습니다.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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