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오월

조급해지던 마음이 한 차례 쉬어갈 타이밍

by 제이

요근래 맑고 햇빝 쨍쨍한 날씨가 밴쿠버에 이어졌었습니다.


사람들은 때이른 맑은 날씨에 기뻐하며 레스토랑 파티오로, 해변으로, 산으로, 어디든 밖으로 밖으로 나가 볕을 만끽했지요. 그러나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고 계속된 이른 햇볕에 익숙지 않은 밴쿠버의 사람들은 조금 지쳤던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요.


어제부터 촉촉한 봄비가 달게도 내렸습니다. 안개를 뿌리듯 부드럽고 얇은 빗줄기로 열에 달아올랐던 대지를 진정시키고, 사람들을 집 소파에 앉히고, 마당에 있는 클로버들은 맑은 빗방울을 한껏 머금을 수 있게 만들었죠.


집 앞의 이팝나무는 비를 맞고 꽃을 보낼 준비를 하고, 우리는 한번 쉬어가는 차례로 더욱 뜨겁게 다가올 계절을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은 쉼과 타이밍의 도사라고 하지요.


한낱 인간이 감정과 분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그 알맞은 순간들을 자연은 억겁의 시간의 경험으로 툭툭 던져놓습니다. 이유없이 답답하고 스스로가 한심하고, 그저 분하고 원망스럽던 그 하잘것 없는 무의미한 감정들에 스스로 잠식되어 갈 때, 이렇게 또 자연은 인간의 손을 잡아 그저 쓰담으며 가라앉을 타이밍을 만들어줍니다.


오늘도 비가 내립니다. 거세거나 강하지 않게, 촉촉하고 부드럽게 딱 알맞은 만큼만 봄비가 내리십니다.

내 안의 푸른 물기도 차올라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네요.


그대, 오늘도 내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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