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비자발급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30일에 한 번씩 육로로 라오스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태국을 다녀오는데 마침 실제로도 버스를 타고 국경을 달리려는 중이다.
국경 검문대에 줄을 섰다. 수많은 현지인들 사이에 끼여서홀로 양산을 들고 있는 타지인이 궁금한지 내 온몸을 향해 쏟아지는 햇빛의 관심이 뜨겁다. '휴...'
얼마 뒤 국경 검문대의도장을받아 무사히 버스에 올라탔다. 햇빛과 열기에 지쳐서 앉을자리를 찾아 들어가는데 ‘함낭(앉지 마세요)’이라고 써진 빈자리가 보였다. '고장이라도 났나?' 생각하며 안으로 더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버스가 출발하고 숨을 돌리며 밖을 내다보려는데
‘...... 응??'
눈앞에서 햇빛도 쏟아지고 물도 쏟아진다.
활발하게 국경사이를 오가는 버스(내 나라였다면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당연히' 운행되지 않았을)와 그 안에 유유히 창밖을 보고 있는 태연하고 조용한 사람들. 나는 어느별나라행 버스를 탔던가?
이렇듯 요즘 '그럼 좀 어떠냐' 말하는 듯 이것저것당황스러운 순간들을 던져주는 라오스 덕분에 내 오랜 편견들도 덩달아 쏟아져버리는 기분이다. 이제부터라도 '로마'에 왔으니 '로마법'을 알아는 봐야겠단 생각이 더 진지해진다. 언제까지 내 나라에 견주며 때마다 놀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고객의 편의와 만족을 위해 나날이 발전하는 내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어쩌면 그 편리함으로 인해 흔히 '문제'라고 말하는 것들에 더 예민하게 길들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처럼 혼자외계인이 돼버리는 순간들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라오스가 내게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 들려주고 싶은 건지, 또 어떤 깨달음 앞에 내가 작아져 버릴지 모르는 일이니 우선 날부터 세우지 않고 들어가 봐야겠다. 마침, 물 쏟아지는 버스가 안전히 라오스별 국경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