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 앤 테이크.

쏙'집어 라오

by 별이라오

"잇츠프리, 디스이즈 포유."


4호에 사는 라오스인 이웃이 망고 스티키라이스를 직접 만들어 가져다주었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는 과일 망고와 찹쌀밥 그리고 코코넛과 코코넛 시럽이 어우러진 라오스 음식인데 별미다. 과일과 밥이라니 요상할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떡이 종종 딸기도 품고 호박도 품듯 생각보다 조화롭다.


맛있게 다 먹어치우고 답례로 우리도 뭐를 가져다주려고 남편과 딸에게 다녀오라고 시키려는데 꼼지락꼼지락 딸이 늦장을 부린다.

"딸랑구, 아빠랑 같이 가서 주고 와~ 아빠 혼자 가면 사람들이 무서워해"라고 했더니
남편이 안 그래도 큰 눈을 똥그랗게 뜨고는

"엉?? 내가 왜 무서워??" 한다.

"무섭지~ 키도 크고 험상궂은 아저씨가 밤에 나타나서 노크하면 무섭지" 남편을 놀리느라 험상궂다고 했더니 오늘따라 예민이시다.


인정할 수 없다고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멈춰 서서 "여. 보. 아니 그게 무슨 소리래?? 내가 왜 심상 궂어??" 하며 곧게 서서 양손을 허리 위 겨드랑이까지 올려 짚을 추세다.


"험상궂다겠지-"


답례로 가져다 줄 선물을 겨드랑이까지 짚고 섰는 남편의 양손을 잡아 건네주었다.


남편이 라오스어를 영어로 가르치는 센터에 다녀서인지 부쩍 발음도 세고 단어적용도도 세는 요즘이다. 코로나시기 이후로 언어 센터들이 다 문을 닫고 라오스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영어로 라오스어를 가르쳐 주는 곳뿐이었다.


라오스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를 해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 분명 비상사태인 것 같다. 과부하라고 할까.


인위적이었겠지만 더 환하게 웃으며 전달하고 왔다는 남편이 수박을 씻는다. 라오스는 일 년 내내 수박을 저렴한 값에 먹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매력인 나라다. (물가가 많이 오른 요즘도 한국돈으로 보통크기의 수박이 1800원~2000원이다.)


베이킹 소다를 찾는 남편에게 수색당하고 있는 싱크대가 안쓰러워 남편 눈앞에 바로 비치되어 고운 자태 뽐내고 있는 도자기 병에 뚜껑을 열어주며 여기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식탁의자에 앉았다.


"감칠맛 나게 이거..."


남편이 수박에서 감칠맛이라도 나기를 비나 봤더니 베이킹소다를 덜어 쓰는 동그랗고 작은 티스푼이 영 못마땅한지 베이킹소다를 조그만 스푼으로 연신 퍼서 수박덩이에 휙 휙 소금치 듯하며 뱉은 혼잣말이다.


"... 감. 질. 맛.이겠지.."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받쳐야 했던 인어공주의 이야기가 어쩌면 알 수 없는 어떤 미지의 나라에 있었던 실화가 아닐까?.. 라오스어를 얻기 위해 모국어를 재물로 받친 이 남자의 실화처럼.








[한 줄 첨가]

*심상 궂다는 말은 사용되지 않는 말이지만 험상궂다(모양이나 상태가 매우 거칠고 험하다는 뜻의 형용사)와 비슷한 느낌으로 마음이 거칠고 험하다는 뜻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감칠맛 나다: 음식이 입에 당기는 맛이 나다

*감질맛나다:바라는 정도에 못 미쳐 애가 타다(표준어의 바른 적용은 '감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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