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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형광 Jan 04. 2021

공부해서 남주기

스터디 모임이 갖는 기대효과


"공부해서 남주냐?"


우리는 성장하면서 항상 "공부"라는 것을 한다. 학창시절은 물론 성인이된 지금도 '살기위해' 공부하고 있다.

책을 펴거나 선생님을 찾아 수업을 듣는 등의 방법을 포함해서, 거창하진 않더라도 가볍게 무언가를 읽거나, 새로운 물건이나 시스템이 개발될 때마다 다시 공부를 한다.(심지어 포켓몬을 잡을 때도...어느녀석이 강한지에 대해 알아야 내 소중한 몬스터볼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나"를 위해 "공부"하면서 살고 있다.


2021년 1월, 한 작업치료커뮤니티 사이트의 교육정보의 게시물들을 보고 있자면, 이제는 학생도 아닌 다큰 어른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심지어 세상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코로나19 속, 새해의 시작을 스터디 모임과 함께 하고자하는 모집글을 올리고 있다.


다양한 류의 독서모임, 소아작업치료스터디, 작업치료읽기모임, 작업치료글쓰기모임, 정신사회작업치료스터디, OO스터디 등등등..


"작업치료사"라는 요상한 직업군 안에서 각자가 관심있는 분야별로 공부를 해서 남주려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터디원을 모집하고, 도대체 누가 이 힘든 시국에 내 시간 들여서 직업훈련(?)..을 할까..싶지만 놀랍게도 스터디원은 모집된다. 한 때 유행했던 '워라벨(Work + Life balance)'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스터디가 열리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부한다. 이 공부들은 학위도 없고, 수료증도 없고, 그냥 공부가 필요해서 한다.


"공부좀해"


솔직히 나는 자라면서 적어도 집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학생이라면 많이들 듣고 자라는 잔소리 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나는 모범생이라 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기보다는 우리 부모님은 나에게 "공부좀해"라는 소리를 하지 않으셨다. 한번은 이러한 상황이 뭔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마다 우리 부모님의 대답은


"공부는 니가하는 거지. 엄마 아빠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어."

"그것은 너의 일"


라고 선을 그으셨다. 놀랍게도 어떻게 아셨는지 우리 부모님은 나를 '너의과제/나의과제'로 철저하게 분리된 '아들러식'의 교육 방식으로 성장시키셨다.(부모님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그당시의 아들러를 알고 계셨을리없다.)


성인이 된 지금,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우리는 내 돈을 들여가며 뭔가를 배운다. 학창시절과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내돈내산' 으로 공부하고, 내 시간와 노력이 들어간 교육에 특히 집중을 한다. 다시 말해 나의 '작업'이 된 순간 우리는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확신하건데, 이 작업(공부)은 남 줄 때 더 잘되고 오래간다. 그리고 분명 즐겁다.


나의 경우,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스터디라는 형태의

"공부해서 남주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경우 작업의 영역으로 보았을 때, 단순히 '교육' 이라기 보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여가'로 시작되었다가 '사회참여'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스터디의 결산시기의 대부분의 사람들을 소감은


"다양한 분들을 만나서 좋았습니다."

"같이 공부해서 힘이 됩니다."


인걸로 봤을 때, 분명 '스터디'라는 형태의 학습방법은 내용의 전달 그 이상의 무엇인가 기대효과를 가지는 것이 분명하다.


2021년, 아직 세상은 시끄럽고 여전히 걱정거리는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누구를 만나기엔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소통의 창구로, 올해도 한번 '공부해서 남주기' 판을 벌려볼 예정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만남'을 기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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