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우라는 캐릭터에 관하여..
SNS와 일상에서 장애와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장애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좋아하지 않는다. 극 중에서 다뤄지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부정적이거나 또는 현실감없이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스토리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최근 아내를 포함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즐겨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접근 시도 조차 안하고 있었으나 빠른 육퇴 후(물론, 찰나의 순간이었고 물거품이 되었지만) 아내의 선택에 따라 같이 보게된 드라마에서 (역시나) 순수하게 드라마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긴 했지만 정말 많은 내용을 녹여내려는 드라마의 흐름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SNS에 빠져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챙겨보지 않아도 알게되는 소소한 정보들로 어느정도 캐릭터에 대한 이해는 있는 편이였고, 그 중 “권모술수 권민우”라는 악역(?)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에 대해 남긴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을 싫어하는 역할로 나오는 “권민우”라는 캐릭터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악역”으로 비춰지고, 아무런 잘못하지 않은 우영우를 향해 쏟아내는 상처되는 대사들이 나올때마다 드라마를 보는 이들에게
“도대체 왜 저래”
라는 마음을 시작으로 더욱더 미움을 받고 있다.
재미있게도 권민우를 잡으러 가자는 등의 SNS에서 다양한 안티짤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는 불편하지만 받아들여야하는 진실에 대해 이야기 하려한다.
오늘 내가 본 화에서 우영우 속 캐릭터는
발달장애인을 “배려”하려는 동료
발달장애인을 “보호”하려는 아버지
그리고, “권민우” 가 있었다.
사실 이 세 명의 캐릭터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만날 때 보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모습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영우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약자’가 아닌 ‘강자’이고, 그에 따라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장애가 없는 ‘우리’ 에요!! 우리는 아무말도 못해요! 왜? 자폐인이니까! 우리가 참아야하는 거에요!”
라고 (정확하진 않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대사 장면에서 악역이 뱉은 말이기 때문에 “나쁜 X” 하고 드라마를 봤지만 “권민우” 와 [나]는 다른 사람인가?
사실 다양한 상황들에서 비장애인들은 말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표현은 자주 있는 일이다. 장애인 주차장이나, 장애인 배려석 등등..
또 이러한 내용은 장애와 관련한 다양한 기사의 댓글이나 서울의 지하철, 저상버스 등에 관한 비장애인들의 장애인을 배척하는 인식을 다룬 내용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권민우의 대사들은 굉장히 ‘일반적’이지 않는가? 어쩌면 다른 이들이 속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를 뱉었기 때문에 악역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과 전장연 대표의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토론회가 실시간 유튜브로 중계 될 때 토론 시간동안 내가 본 댓글은 수많은 “권민우” 들과 권민우의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줄줄이 이어지기도 했던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본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이 우영우의 캐릭터들은 어쩌면 우영우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을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이 들었고,
악역(?) 보다는 조금은 불편한 “권민우”라는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어쩌면 이 캐릭터가 불편하다면 스스로가 바뀌길 바라는 세상 속 비장애인들을 향상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다.
이 글은 1시간 가량의 드라마의 단편적인 내용을 토대로 한 생각이고, 어쩌면 너무 한쪽에 치우쳐진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장애를 가진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방해가 된다거나 불편하다는 이유로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요청하지 않은 배려” 할 이유도,
“자립하고 있는 성인을 보호”할 이유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저 누구나 “자기 삶에 대한 주체로” 자기결정을 행사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러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