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는 함께 되어가는 것, 작업치료사의 실천과 철학적 성찰을 중심으로
우리는 종종 치료를 ‘무엇을 하는 일’로 정의한다. 클라이언트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환경을 조정하며, 작업 참여를 증진하는 수많은 실천들은 ‘Doing’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작업치료는 단지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Being)의 방식이고,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Becoming) 이다.
이 에세이는 작업치료라는 행위 속에 내재된 존재와 변화의 철학을 고찰하며, 치료사와 클라이언트가 서로의 세계를 통과하며 만들어내는 ‘되기(becoming)’의 공간을 탐구한다.
작업치료는 언제나 행위에서 출발한다. 클라이언트의 손을 이끌어 퍼즐을 맞추고, 일상생활 동작을 반복하며, 감각을 통합하도록 돕는 그 모든 과정은 ‘Doing’의 세계다. 우리는 기능을 분석하고, 점수를 매기며, 개입의 효과를 수치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 Doing은 단순한 기술적 수행이 아니다. 그것은 클라이언트의 몸과 마음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려는 시도이며, 그 연결의 순간마다 치료사는 하나의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무언가를 '하는 것'은 동시에 어떤 존재로 '되어가는 것'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Doing이 일상의 회복을 위한 실천이라면, Being은 존재의 깊은 층위에 머무르는 일이다. 작업치료사가 진정한 치유를 목격할 수 있는 순간은, 때때로 아무런 개입도 없는 정적 속에서 일어난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속도로 숨을 고르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느끼기 시작할 때—그들은 Doing을 넘어 Being의 순간에 있다.
치료사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대상자로서 클라이언트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로서 함께 앉아 있는 자신을 자각할 때, 비로소 치료의 진정한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다. 존재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 속에 드러나는 감응적 상태다.
하지만 진정한 전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작업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치료사와 클라이언트가 서로의 존재에 스며들기 시작할 때 일어난다. 클라이언트는 치료사의 언어와 태도를 흡수하며 새로운 의미를 구성하고, 치료사는 클라이언트의 몸짓과 침묵을 통해 세계를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이것이 ‘Becoming’이다. 되기란 상호감염이며, 윤리적 사건이며, 관계 안에서만 발생하는 존재의 생성이다. 들뢰즈와 가타리(Deleuze & Guattari)는 "되기(becoming)는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정체성의 경계를 흔드는 힘"이라 했다. 작업치료에서 이 말은 곧, 우리가 서로의 존재 방식에 영향을 주며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며 그들의 불편함을 감각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우며 장애인이 되어간다. 반면 그들은 나의 언어와 시선을 통해 치료사의 시선으로 자신을 다시 바라본다. 이 되기의 경험은 일방적인 치료가 아니라, 공동 창조적 실천이다.
작업치료실은 단지 치료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되기의 실험실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몸, 새로운 정체성, 새로운 미래를 함께 구성한다. 작업치료는 더 나은 수행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양식을 구성하는 공동 작업이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멈추며, 때로는 다시 돌아가지만, 우리는 늘 같이 ‘되어간다’. 치료사는 더 이상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며, 클라이언트는 더 이상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다. 둘 다 변화하고, 서로에게 변화의 거울이 된다.
작업치료는 Doing에서 시작해, Being으로 머물며, 결국 Becoming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 ‘되기’는 언제나 상호적인 사건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변화하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작업치료는 존재의 정치학이며, 되기의 윤리학이다. 나는 매일 클라이언트를 만나며 조금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들도 나와 함께, 조금씩 자신이 되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치료’라는 이름 아래, 서로가 서로를 되게 하는 존재가 된다.
Deleuze, G., & Guattari, F. (1987). A Thousand Plateaus: Capitalism and Schizophrenia.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Hammell, K. W. (2014). Belonging, occupation, and occupational therapy: A critique. Canadian Journal of Occupational Therapy, 81(3), 144–153.
https://doi.org/10.1177/0008417414537675
Kielhofner, G. (2008). Model of Human Occupation: Theory and Application (4th ed.). Lippincott Williams & Wil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