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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형광 Feb 10. 2020

작업치료사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아는(Know) 사람에서, 아는(Understand) 사람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선택이든, 타인에 의한 결정이든
당신은 무사히 “작업치료사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은 자신이 무엇(what)을, 앞으로 어떻게(how)하면 좋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심지어 직장 내에서 나의 고민은

“처음 1년 차 때는 다 그래”


라는 작고 작은 고민으로 치부될지도 모른다.
면접 때마다 몇 번이고 말하던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던 자본주의가 만든 거짓된 다짐으로 입사 후,
도대체 뭘 더 어떻게 공부해야 될지, 어떤 최선을 다해야 내가 하고 있는 이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아는 것이 많이 없어 당당하지 못한 마음으로 시작한 첫 치료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기록 상에 쓰여있는 사전 정보를 읽고,

최선을 다해 알아냈다고 생각한 정보를 통해 야심 찬 치료 플랜 A, B, C를 준비했지만

A : 운다...
B : 싫어한다...
C : 내 얼굴을 보면서 운다... (나도 울고 싶다)

그나마 좋아하는 장난감을 찾은 경우에도 보호자의 한마디로 잠시 현타가 온다.

“이건 어디서 사요?”... (난 장난감을 팔고 있는 것인가?..)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처음엔 다 그렇다]
그리고 [2020년, 작업치료사로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새로운 아이를 만나는 건 긴장되고, 걱정이 된다.
다만, 지금의 “고민”엔 [의무기록 속 환자] 아니라

[내 눈 앞에 아이]가 있고, [지금] 이 꼬맹이가 내 치료의 방향을 결정한다.

“오늘은 이 친구가... 뭘 하고 싶어 하지?”
“이 꼬맹이는 왜... 이걸 싫어하지?”
“넌 언제 쉬니?”

병원에서 작업치료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은 “작업치료사”다.

의무기록(진단, 평가기록 등)만으로 어떤 환자가 나에게 오게 될지 “추측” 할 수 있지만

지금 만난 아이의 의미있는 활동(작업)을  “추론” 하기엔 아직도 정보가 부족하다.

그 정보는 아이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꼭 언어적 의사소통이 아닐지라도..)

이제 당신이 준비할 부분은 나의 아이(클라이언트)가
왜(why) 하고 있지 않는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질문하고 듣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왜(why) 당신이 중재 전략으로 이 방법 선택했는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모르는 걸 할 수 없는 당연한 것이다. 모르면 알아가면 된다.

학자금 대출이 말해주듯이 우리는 이미 진단이나 그 외 것들에 대해 '아는(Know)' 상태로 면허를 취득한다.

그런데도 작업치료사로 무엇인가를 '하는(Doing)' 사람이 되는 데는 아직 뭔가 부족하다.

아직 내가 만나는 사람을 '이해(Understand)' 하는 방법은 어렵기만하다.


책에 없었고, 의무기록에도, 평가점수에도 없었던 “지금 여기(Here now),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영역에 대해 물어보고, 이해를 통해 치료의 방향을 '알게 된(Realized)' 사람이 되길 바란다.

솔직히, 이런 이야기는 반성문에 가깝고, 내일도 여전히 부족한 치료사 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 핵심은 성공했다고 표현되는 사람들이 쓰는 자서전처럼 “나를 믿고 따르라” 보다는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하자” 는 말을 하고 싶단 생각에 쓴 “모집공고”이다.


시작하는 위치에서 지금 바라보고 있는 방향이 같다면 같이 열심히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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