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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형광 Nov 13. 2020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

대형병원장의 갑질의혹 속 정작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마스크를 쓰지 ‘못’ 하는 사람들


지난 달 23일 서울의 모 대학병원에서 병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모욕적인 비난과 고함을 쏟아낸 상황이 이슈가 되었다.

해당 논란은 재활치료를 받던 한 아이가 울며 잠시 마스크를 벗어 던진 걸 확인한 것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던 보호자는 “마치 선생님한테 혼나는 아이처럼 치료사들이 얼어붙은 채 혼이 났다”고 말했으며, 다른 보호자는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 쓰기가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지능과 활동이 더딘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받으러 일부러 잘한다는 병원을 찾아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인터뷰했다. 또 다른 보호자는 “모두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다가 찰나의 순간 어린 아이가 마스크를 벗은 것인데 과잉 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해당 상황에 대한 기사에 대해 댓글에 보인 네티즌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누어졌다. 병원장의 대응에 대해 ’갑질’이라 표현하는 측, 또 다른 의견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리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라는 의견이었다.


여기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려해보고자 한다.


코로나사태 이후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져버린 WHO(세계보건기구)에서는 지난 2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어린이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다. 이번 마스크 착용에 대한 지침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지침 발표였다. WHO는 연령대별 감염률 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 권고 나이를 12세 이상으로 정하고, 6~11세 어린이도 최소 1m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없거나 고위험 지역에 있을 때 등 불가피한 상황에선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했다.


다만, 5세 미만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또 나이와 관계없이 발달 또는 신체 장애 등이 있는 어린이의 경우세는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기관인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등도 2세 미만 유아의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호흡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고, 마스크를 스스로 벗지 못하는 아이에게는 질식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종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는 “(마스크가) 완전히 덮으면 호흡하는 힘이 약해 질식의 위험이 있다. 물리적으로 숨을 막아버리는 원리가 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뇌 손상이나 다른 다양한 원인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일반적인 감각자극에 대해서도 예민하거나 전혀 다른 감각으로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사람에게 ‘부드러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도 일상생활에 위협을 느끼는 정도로 감각이 받아들여지지만 ‘이기적’이라는 시선 때문에 말 그대로 마스크를 버티고 있다. 이제 이들의 재활치료의 가장 우선 순위가 되는 목표는 ‘마스크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이러한 권고와 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대형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재활병원을 찾은 아이는 과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 이었을까? 혹은 잠시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두 돌도 안된 아이에게 마스크를 착용한 재활치료(운동)은 어쩌면 방독면을 쓰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았을지도 모른다.


‘갑질 인가? 아닌가?’ 에 대한 어른들의 논쟁 속에서 진짜 관심을 주어야하는 것은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 성장해야하는 ‘치료를 필요로하는 아이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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