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by 혀니

나는 감정이나 생각, 고민거리들을 잘 말하지 않는 편이었다. 고민이나 슬픈 일, 안 좋은 일을 얘기하면, 말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마냥 공감만 바라기에는 그냥 슬프고 고민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상대방이 나의 고민을 그렇게까지 깊게 받아들이지는 않겠지만, 나의 생각은 그랬다. 또 내 약점을 내 입으로 털어놓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좋은 일을 말하기에는, 너무 자랑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상대방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로, 나의 즐거운 이야기만 하는 것은 과연 맞는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 이야기는 잘하지 않고, 주로 들어주는 입장이었다.


하고 싶은 말, 고민, 걱정, 불안들을 꾹꾹 눌러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오래된 친구에게 겨우 털어놓았다. 친구는 잘 들어주었고, 과하게 공감하지도, 해결하고자 무리하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뿐이었는데도 나의 고민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렇게 친구를 시작으로 주변의 친한 사람들에게 조금씩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구나’ 하는 경험들이 쌓여갔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유대감이 조금 더 깊어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일은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내가 상대방의 좋은 일을 순수한 마음으로 같이 기뻐해 줄 여유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내 마음에 여유가 없어 상대의 기쁨을 오롯이 나누지 못하고, 비교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가끔은 드물게 질투가 나기도 하고. 막연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친구가 있어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슬플 때 공감이나 위로를 해주긴 쉽지만, 좋은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내 주변에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자랑 좀 하면 어때?” 하고 말해주는 친구와 지인들이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나에게 큰 용기와 많은 위로, 따뜻한 힘이 되어주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오늘, 지금 이 순간.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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