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rico Casarosa, <La Luna> (2011)
'칠흑같다'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날의 '밤'은 '낮'만큼이나 밝지만
과거 언젠가의 '칠흑같던 밤'에
어둠이 두려운 동물들이 의지할 만한
유일한 것은
오직 달빛뿐이었을 겁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합니다.
그저 태양이 보내는 빛을 반사해
지구로 보내 줄 뿐이죠.
하지만 햇빛은
달빛만이 가진 그 '은은한' 빛깔을
절대로 흉내낼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어둠을 완전히 내몰지 않는
달빛의 '겸손함' 때문은 아닐까요?
그런 '달'의 겸손함은
은은한 빛깔이 되어
낮이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만의 감성과 정서로
밤하늘을 수놓았고
사람들은
그렇게 아름다운 밤에
'달'을 소재로 한 수많은 이야기를
창조해냈을 겁니다.
하지만, 밤도 낮으로 만드는 도시문명의
화려하지만 때론 거만하게도 느껴지는 빛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우린
그 '달빛'의 은은함을 오롯이 즐기기 힘든 것 같습니다.
바쁜 삶 속에 잊고 살았던,
겸손해서 더욱 은은한 그 달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꼭 이 작품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달'을 바라보는 귀여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Enrico Casarosa의 <La Lun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