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폴라로이드 작동법> (2004)
* '주간 영화예찬 interlude; short films' 는 볼만한 국내외 단편 영화들을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자 만들어진 '주간 영화예찬'의 새로운 막간 코너로 앞으로 '주간 영화예찬'과 함께 매주 연재될 예정입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과 내가 어떤 식으로든
관계 지어지기를 원합니다.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속에 그와 내가 존재해야
그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그렇게 형성된 관계는
'연인'이라는 종착역으로 가기 위한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죠.
누군가와 친해지는 법을 잘 모르던
어린 시절에는
좋아하는 아이를 놀리고 괴롭히며
'관계 설정'을 시도해 보기도 하고,
학창 시절에는
이미 다 알면서도
모르는 문제라며
그 애의 자리를 찾아가 푸는 법을 물어본 적
다들 있으실 겁니다.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영화인
<폴라로이드 작동법>도
그러한 '관계짓기'를 위해 만들어진
'핑계'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장면들도
제대로 된 풀샷 하나 없이
폴라로이드의 작동법을 설명하는 남자의 얼굴은
한번도 비추지 않은 채
폴라로이드 사진기가 아닌
그 남자만을 바라보는 소녀의 얼굴에만 집중합니다.
'사랑'이라는 큰 감정도 결국은
이런 작은 핑곗거리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흠뻑 빠져버리게 되는 거겠죠.
가히, '핑계'의 미학이라 할 만합니다.
6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 동안,
좋아하는 사람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보기 위한
핑계를 찾아
이리저리 머리를 쥐어 짜던
내 인생 속 어느 하루를 떠오르게 하는 영화,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