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미래 Aug 17. 2023

대중을 사로잡은 브런치 카페의 브런치

지금은 곁에 없는 오랜 친구와 가끔씩 가는 브런치 카페가 있었다. 그 친구가 외국으로 떠난 후 친구네 동네도, 그 브런치 카페도 갈 일이 없어졌다. 자연스럽게 그곳을 잊고 지냈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또 다른 친구와 약속이 생겼다. 밥을 먹고 차까지 마시며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알아보는 중 마땅히 아는 곳이 없었다. 무심코 '그냥 브런치나 먹으러 갈까?'라고 한마디 건네니 그때서야 갑자기 그곳이 생각났다. 동시에 검색창에 그곳을 검색해 보았다. 어라! 몇 달 사이에 내가 사는 동네에도 체인점이 생겼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약속장소를 거기로 정했다.  


아이가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날이기도 했고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12시 반쯤에 브런치 카페에 입장했다. 갈 때마다 북적북적해서 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시간이 좀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텅 빈 집을 마주하는 시간은 8시 40~50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지 그 브런치 카페의 오픈시간은 9시이다. 보통 식당들이 10시와 11시 사이에 오픈하는 곳이 많은 데 꽤 이른 시간부터 오픈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엄마들이 한숨 돌리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그 시간대를 제대로 공략한 것이다. 특히나 저학년인 경우 4교시인 날에는 돌아서면 금방 하교시간이 다가온다. 엄마들의 마음이 조급해진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1차전을 끝내려면(아이를 보내놓고 브런치를 근사하게 먹을 수 있다면) 이른 시간에 문 여는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모임 시간은 빠를수록 좋다.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곳도 예외는 아닌 듯했다. 9시에 오픈런을 대기한 사람들이 한바탕 휩쓸고 나갔는지 이미 퇴식구 쪽은 그릇이 잔뜩 쌓여있었다.


체인점이라서 메뉴도 대부분 똑같다. 한참 전 기억을 되살려 그곳의 대표메뉴, 브런치의 정석인 샘플러와 파니니,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이미 예전에 먹어본 맛이라 다 아는 맛이었다. 큰 대는 없었다. 이미 그 느낌은 넘치도록 아니까~

그런데도 한 가지 깜짝 놀란 사실은 아메리카노 특유의 씁쓸함의 비율뿐만 아니라 음식의 세팅과 조화, 무엇보다 내가 아는 그 맛까지 100%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분명 주방에는 일하는 사람밖에 없었는데 사람의 손맛이 아니라 로봇이 만들어 세팅한 느낌이 가득했다.

(지점은 다르지만) 역시나 체인점은 체인점이다. (체인점인데 맛이 다르면 오히려 이상한 거다)


그 체인점은 다양한 브런치 메뉴와 피자, 파스타, 파니니와 커피와 음료들까지 보통의 대중들 입맛을 제대로 간파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브런치를 먹기에 부담 없는 공간과 분위기 연출, 오픈 시간까지 찰떡궁합이라 (엄마들)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 되었다. 게다가 다른 브런치 카페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내세우는 그곳의 성공 요인은 단순하다. 여기에 오는 주 고객층(엄마들)을 제대로 알고 공략한 것이다. 이제는 성공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브런치 카페로 자리매김했다. 어느새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체인점이 수십 개 개 생겼다. 나 역시 이제는 브런치? 하면 그곳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 브런치 글쓰기 동기 내에서 구성된 글쓰담 모임에서 김동식 작가님의 <초단편 소설 글쓰기>라는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추천해 주셨다. 방학 기간이라서 책의 내용을 완전히 씹어먹지는 못했지만 책의 내용 중에 일부 꼭 기억하고 싶은 두 문단을 공유해 본다.


초단편은 가장 좋아하는 색이 아니라 가장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색을 써야 하는 장르다. 가끔 취향 때문에, 정치적 성향 때문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느라,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쓰기 위해서와 같은 이유로 차선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차선책이 보편적이지 않으면 설명을 보완해야 설득력이 갖추어지는데, 그럴 만한 지면이 부족하다. 초단편은 분량이 짧다 보니 휘발성이 강한데, 보편성과 대중성을 갖추면 어떠한 메시지를 주느냐에 따라 그 수명이 매우 길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대중성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다.


- 초단편은 가장 대중적으로 선호되는 색을 써야 하는 장르라고 쓰여있다. 이 글귀를 보는데 뜬금없이 그 브런치 카페가 떠올랐다. 그곳을 찾는 손님들이 오전에는 대부분 '엄마(보통의 아줌마)' 들의 모임에 초점을 맞춰서 가성비 있는 메뉴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곳이야말로 대중들이 선호하는 색을 100% 갖춘 곳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들도 소설은 아니지만 초단편에 속하는 글로서 분량도 짧고 휘발성이 강하다. 그냥 한번 쓱~ 클릭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물론 클릭 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래도 이제는 욕심을 부려보고 싶다. 그 안에서 보편성과 대중성을 갖출 수 있는 메시지로 글의 수명을 좀 더 길게 늘려보고 싶다. 대한민국 비주류인 평범한 아줌마라는 보편성을 오히려 무기로 고 우리네의 삶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들고 싶다.


작가라면 내가 쓴 글을 누가, 언제, 어떻게 읽을지를 당연히 궁금해해야 한다. 수요와 소비 형태를 파악하는 것, 그것이 세상 모든 마케팅의 가장 기본이니까.

- (대왕초보) 브런치 작가지만 나 역시 내가 쓴 글을 구독자님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내 글을 만나게 될지 전보다 더 궁금해졌다. 그 브런치 카페가 수요와 소비형태를 파악해서 마케팅에 성공한 결과, 수십 개의 체인점이 생긴 것처럼 앞으로는 작가라는 명목으로 글을 쓰면서 이 글을 누가 어떤 형태로 읽게 될지 그 부분도 꼭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겠다.




그 브런치 카페를 검색했을 때 후기에 '보통 맛있다, 깔끔하다, 일찍 문 열어서 좋다'라는 내용 말고

'주 3회 간다'는 문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얼마나 그곳이 맘에 들면 내 돈 주고 주 3회나 그곳을 찾을까? 그런 단골손님이 있으니 절대 망할 수 없는 구조다.

평범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곳이 질투 난다. 그저 질투심으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는 그 브런치 카페를 생각하며 브런치 스토리에서 달아준 배지를 달았으니 보다 적극적으로 꾸준히 활동해야겠다. 어떻게 해서든 단골 구독자를 모셔와야겠다.


게다가 방학 기간이어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외식하기에 적절하다는 내용은 물론 새로운 펍 스타일 공간 연출로 MZ세대 젊은 남녀의 데이트 추천 코스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제는 그 브런치 카페가 주된 고객층이 아닌 사람들까지 사로잡고 있다니 나 역시 (많은 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대중성을 넓히기 위해서 더 발 빠르게 움직여야겠다.






덧붙임 ) 사실 속마음은 돈만 있다면, 수십억 대 부자라면 글이고 뭐고 지금 당장 그 브런치 카페 체인점을 차리고 싶을 뿐이다.




사진출처 : 그 브런치 카페에서 직접 찍은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