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미래 Aug 14. 2023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잠시 쉬다 왔는데요.

7월 한 달 동안 1일 1 브런치 단톡방에 입장 후 19개의 글을 발행했다. 글감을 주워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글은 마감이 쓰게 한다는 명언을 받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단톡방 엑셀시트의 달성율 95% 숫자를 보면서 뿌듯한 심정과 함께 한껏 들뜬 기분을 만끽했다. 그 사이 아이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아이는 상대적으로 엄마의 글쓰기란 놈한테 의문의 1패를 당했다. 7월 초반부터 엄마가 글 쓰는 데 총력전을 펼치느라 잔소리가 줄어들었는지 아이도 집안에서 프리모드를 장착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엄마는 무슨 말만 하면 '응, 그래'라는 성의 없는 말만 내뱉었다. 아이는 한 달 동안 노트북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무관심한 엄마한테 서운함을 내비쳤다.

방학 다음날도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독서모임 발제와 진행을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다. 아이는 본인 방에서 혼자 실컷 놀았다. 우리의 방학은 아무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었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는 혼자 노는 것에 집중했고 엄마는 그 뒤로도 며칠간 1일 1 브런치 도전을 이어갔다. 솔직히 아이한테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긴 했지만 엄마도 오랜만에 새로운 도전이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루를 빼먹고 나서 19개의 글로 브런치 1일 1 브런치 도전을 종료했다. 글 1개를 못 채워서 미련이 남아 마지막주말과 월요일(7월 31일)에 보충해서 채워볼까? 했지만 마무리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1일 1 브런치 도전 단톡방이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잠시 휴식기를 거친 후 (방학이 지나면) 다시 서로 으쌰으쌰!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엄마, 글 쓴다고 나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




그래! 7월에 글 쓴다고 너무 설쳐대기만 하고 애한테 그리고 남의 편한테 너무 소홀했구나, 엄마가 미안해!

(밥은 굶기지 않았으면 된 거 아니니?ㅎㅎ)

길지도 않은 여름 방학인데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볼 테니 그동안의 서운함은 살짝 잊어줄래?

7월 마지막주 주말부터 본캐인 엄마모드를 풀 장착 했다. 엄마의 역할에 충실한다고 핑계 대고 글쓰기를 잠시 쉬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 이후로 1주에 적어도 한 번은 발행했었는데 2주 이상을 쉰 적은 처음이었다. 쉬고 있어도 물론 쉬는 건 아니었을 테지만.


피난 가는 사람처럼 당일치기 캠핑에 온 힘을 다해 짐을 싸느라 X 고생을 하고 도착해서 온갖 짐 정리와 식사 준비, 아이를 살뜰히 챙겼다. 정신없이 봉사하는 시간이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서 끙끙대며 글 쓰는 것보다 괜찮았다. 잠시나마 계곡 평상에서 누워 고요히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그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었다.

스타벅스에서 큰맘 먹고 6,900원짜리 고급진 수박그란데블렌디드를 사줬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수박바 맛이 나서 애한테 괜히 짜증을 냈었다. (이런 비싼 음료를 내 돈 써가면서 왜 사 준건지 후회만 하면 더 큰 후회가 밀려오니) 집에서 최고급 수박주스를 만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며칠 후 동네 마트에서 7,000원에 세일하는 수박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꾸역꾸역 들고 왔다. 뭘 써야 할지 몰라 글감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며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차라리 육체적 고통이 더 나았다.

장마가 끝나고 연일 불볕더위에 연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었다. 물놀이터에서 서너 시간 정도 태양과 맞서 싸우는며 홀로이 멍 때리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텅 빈 화면에 오로지 나 혼자의 힘으로 글을 가득 메우는 일보다 어쩜 그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


그만큼 글 쓰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캐 모드로 엄마로서 아이를 돌보며 재충전하며 쉬는 기간에도 머릿속에서 계속 글쓰기가 생각났다. 2주 동안 글을 발행만 하지 않았을 뿐이다.



<발행을 쉬고 있으니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



7월 대비 8월에 한 개의 글도 발행되지 않아서 인지 글발행 안내 알람이 왔고 무슨 응원하기 시스템 도입 알람이 왔었다. 쉬는 동안 이상한(?) 개편이 이루어진 브런치가 많은 작가님들의 질타를 받는 중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글을 쓰면서 소통하는 이 공간에서 응원하기라는 버튼으로 인하여 돈이 왔다 갔다 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그전처럼 순수한 목적만을 담아 계속 글을 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2주간 휴식을 보내고 어찌 되었든 다시금 발행을 위해서 노트북 앞에 앉긴 했다. 갑자기 바뀐 시스템에서 가족분야 크리에이터라는 지가 생겼지만 좋은 일인지는 결코 모르겠다. 앞으로 나는 또한 무슨 글을 이곳에서 얼마나 쓸 수 있을까? 물론 주된 소재가 (큰 영향력이 없는) 우리네의 삶의 이야기였지만 그 안에서 글쓰기의 행복을 느꼈고 (원고료 한 푼 없이) 어쩌다 조회수 폭발이라는 선물과 위로도 받으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통로로 브런치가 참 좋았는데 네가 변했으니 나도 변해야 하는 걸까? 쉬고 와서 다시 달릴까? 했는데 다시금 브레이크를 걸고 생각의 끄나풀들을 한차례 버무려봐야겠다.  


- 그래서 결론은 본캐 모드 마무리 하고 아이가 개학을 했다. 다시금 글을 발행하려고 하는데 앞으로는 도대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다.

(이런저런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닥치고 쓰면 그만인 것을 왜 이리 깊게 생각하는 거냐!)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50번째 글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