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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Sep 08. 2023

공모전 접수를 완료했습니다.

실패 경험에 도전 중입니다.

사실 최근에 도전했던 공모전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작년 브런치 작가 합격 이후 단톡방에서 거론되었던 공모전에 소리소문 없이 몰래 접수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안 될 거 굳이 접수했다고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단지 심사위원분들께 이런 형편없는 글을 접수해서 괜스레 부끄럽다? 아니 나라는 사람 참으로 뻔뻔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그분들은 제가 누군지 모르니까 아무 상관없다고 혼자서 위로를 했지요. 아마도 오뚜기와 토스에서 주관했던 공모전이었을 것입니다. 그때 이후로 공모전에는 쭉 관심이 없었어요. 당연히 안될 거라는 생각이 확고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근자감이 생겼는지 최근에 2건의 공모전 접수를 완료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렇게 소문까지 내고 있네요.


지난주 브런치에 발행한 열 줄 쓰기 공모전은 8월 말에 결과 발표가 났어요. 당연히 낙방입니다. 하하하! 3등 우수작이 5만 원 상품권이었어요. 글 써서 단돈 5만 원이라도 번다는 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대신 그 덕에 브런치 글 하나 발행이라도 한 게 어디냐며 또 혼자서 맥주를 친구 삼아 위로를 받으며 깔끔하게 뒤풀이를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군데는 저희 단톡방에서 꽤나 핫했던 8월 말에 종료된 군산초단편 문학상 공모전이었습니다. 공모전 날짜가 한참 남았다면서 느긋하게 아이 여름방학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개학을 하고 그로부터 또 열흘이 지나니 8월 20일이 넘어갑니다. 점점 시간은 흘러가고 글감이 머릿속에 빙빙 돌기만 했지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위에 미치는 게 아니라 표출이 안 되는 답답함에 사로잡혀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자꾸 미루는 습성은 결코 고쳐지지 않는가 봅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지요. 막판까지 아주 쫄깃하게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이 그리웠는지 어느 순간 그 느낌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아무 일 없는 듯 먹고 놀고 쉬고 마시면서 꼭 접수는 하겠다고 큰소리쳤으니 속에서 심장이 요동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심장을 평온하게 잠재우는 방법은 한 가지, 결국 8월 말까지 끙끙대며 계속 남몰래 애태우다가 하루 남겨 놓고 깊은 밤 메일 전송버튼을 눌렀습니다. 유후!


최근 이 두 군데 접수했던 공모전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은 오래전 오뚜기와 토스 공모전에 접수한 글은 브런치에 이미 발행했던 글이었어요. 음. 그러니까 어쩌다 틈틈이 발행했던 지난 글이 공모전의 주제와 비슷한 맥락으로 쓰인 글이라서 살짝 고쳐서 낸 글이었죠.

그때는 아! 이렇게 글을 써놓으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역시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앞으로 더 열심히 써야겠다!라고 수백 번 다짐했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브런치에 발행했던 글로 공모전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서 픽과 공감을 얻어서 소득이 있었으니 나름 의미 있는 일이었지요. 그 뒤로도 계속 발행도 했고요.


그렇지만 최근에 접수한 두 공모전은 그것들과 사뭇 달랐어요. 조건이 있었습니다. 물론 공모전은 보통 주제와 조건이 있기 마련이죠. 그 때문에 제 심장이 더더욱 쫄깃해진 거예요. 기존에 어느 정도 써 논 글이 있는 상태에서 제출하는 것과 그것을 위해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말입니다.


열 줄 소설 쓰기는 당연히 10줄을 쓰는 거였지만 전혀 새로운 분야였어요. 더군다나 초초초초단편이지만 그 짧은 글 속에 온갖 서사를 다 담아내야 하는 것,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만드는 일이라 쉽지는 않았어요. 열 줄 소설? 이건 또 뭐야? 진짜 별게 다 있구나 하면서 쓰면서도 부담이 되었어요. 그래도 막상 해볼 만 도전이긴 했어요. 접수는 했으니까요. 대신 발표 날 예선 심사에 합격한 다른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았어요. 내 작품이 왜 예선 통과조차 할 수 없는지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공모전인 군산초단편문학상은 기존 온&오프라인 기 발표 작품, 표절 작품은 안된다고 했어요. 브런치에 쓴 글은 당연히 나만의 글이라 표절은 아니지만 이미 온라인상에서 어딘가 떠돌아다니는 중입니다. 가끔씩 아주 예전 글에도 라이킷 알람이 오고 조회수도 차곡차곡 오르는 글들이 간간이 있거든요. 최근에 브런치에서 배지를 단 작가님들의 글을 더 많은 곳에 노출한다는 공지를 봤어요. 거짓말은 아닌가 봅니다. 다음과 브런치가 실제로 열일 중인지 다음뿐 아니라 구글, 네이버, 카카오뷰 등 어딘가에서 꾸준히 노출을 시키나 봐요. 그 와중에 이미 발행한 글 중에 한 가지를 고르는 것도 어렵고 몇 군데 복붙 한 그 글들을 찾아서 일일이 내리는 것도 골치 아팠거든요. 차라리 그래! 새로운 글을 써보자! 그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오랜만에 한글 프로그램을 열었습니다. 순수히 공모전을 위해서 맨 땅에 헤딩을 시작한 거죠. 후아!

(내가 왜!!! 이 미친 짓을 왜 또??!!)


시작하자마자 역시나 나란 인간, 원고지 1매~50매의 초단편이라니까 얼마 전 열 줄 소설 쓴 거에 살을 좀 붙여서 쉽게 가볼까? 생각하다가도 언제까지 이렇게 쉽게 갈 건데! 자책을 하며 곧바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한글파일에 차곡차곡 성실하게 글을 썼습니다. 오로지 나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써보았습니다.


며칠 간의 노고 끝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마감은 글을 쓰게 하고 사람은 궁지에 몰려야 움직이는 나약한 존재가 맞지요. 원고지 1장도 못쓰는 시절을 뒤로하고 약 30장이 넘는 글을 쓰다니 거한 자축 파티 감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치즈와 함께 와인이라도 따야 하나 설레발을 떨며 퇴고를 하다 보니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헷갈리는 글을 썼더라고요. 아이고야! 결국 이런 쓰레기 같은 글을 낼까? 말까? 하면서 어차피 이번에도 심사위원들께만 아주 잠시 부끄러움을 당하면 되는 거니까 쿨하게 내려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두 눈 꼭 감고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어 전송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와인에 취해 긴 잠에 빠져들었나 봅니다.


일주일을 편안하게 보냈습니다. 일주일에 하나 정도는 브런치에 글을 발행해야 하니까 공모전을 위해서 썼던 글을 써먹으려고 언제쯤 브런치에 발행할 수 있을까? 발표일이 궁금해서 군산초단편 문학상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무슨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단순히 발표 이후에 브런치에 발행이 가능하니까 발표 날짜만 확인하려고 했어요.


짜잔~!

어머나! 세상에나! 응모기간이 길어서 그런지(?) 1500편이 넘는 작품이 접수되었답니다. 보통 이 정도 접수되는 거예요? 너무 놀랐어요. 이 중에 당선작은 겨우 9편이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요. 이건 뭐 코끼리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거 맞죠? 안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응모할 줄 전혀 예상치 못했어요. 분명 1회이기도 하고 사람들이 잘 몰라서 응모자가 많지 않을 거라고 들었는데요. 저 같은 소문 듣고 다들 접수하셨나 봐요. 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주최 측도 심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주 뿌듯하시겠어요.


이걸 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경쟁률을 뚫고 내가 된다라는 터무니없는 기대와 욕심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어차피 1500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당선은 9편입니다. 나머지 1491편 중에 (기존에 등단하신 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이 어림잡아 무려 천 명 정도가 넘는다는 사실입니다. (복수지원도 가능했습니다)

결코 이게 창피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인 거죠. 앞으로 이런 실패를 거듭할수록 제 글쓰기 실력은 더 향상될 거라 믿습니다.

(혹시라도 진짜 운까지 더해지면 언젠가 포텐을 터뜨리는 날도 올 거라는 희망도 품긴 했지만요...^^;;)


앞으로 계속 의미 있는 실패 경험을 쌓으려 합니다. 낙담하는 실패 경험 말고 성장하는 실패 경험이요. 실패 경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경험을 쌓기 위해서 오늘도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우리 함께 달려보아요!




덧붙임) 심사위원에게 부끄러움 당한 글은 9월 20일 이후에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다른 글로 찾아뵐게요.




사진출처) 군산초단편공모전 홈페이지 캡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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