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생일은 돌아온다.
내년 생일을 기대합니다.
올해도 여전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날이 돌아왔다.
매해 12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남겨두고 그냥 흘려보내기 좋은 날 중에 하루가 바로 내 생일이다.
작년에도 살면서 생일이 참 맘에 안 들었다는 투덜대는 내용으로 브런치에 글을 발행했었다.
벌써 1년이 흘러서 또 그날이 왔고 그 하루가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내일은 2023년의 마지막 날이다.
어느 가수의 노래 가사처럼 왠지 모르게 12월 32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그만큼 나이 드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1년 동안 급격하게 확 늙은 건 아니지만 점차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주름이 깊어진 만큼 보이지 않는 내면의 깊이도 한층 더 깊어졌나 돌이켜본다.
작년 12월 브런치 작가에 합격을 받고 삶의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23년의 시작은 뭔가 다를 거라는 큰 기대를 안고 시작했지만 사실 큰 변화는 없었다.
(더군다나 주위사람들은 내가 뭘 하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래도 1년 동안 꾸준한 실천과 노력, 글쓰기 동기들의 도움으로 읽고 쓰고 걷는 생활이 장착되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폭설이 내리는 창가를 보면서 문득 오히려 큰일이 없는 게 다행이라는 사실, 매년 같은 생일이지만 그 생일을 무탈하게 맞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매년 생일이 다가오면 그저 그런 삶 속에서 아쉽고 허탈하고 실망한 적도 많았다.
(오로지 엄마로서 살아갈 때는 그 허무함이 극에 달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올해는 일단 연말에 다행히 세 식구 중 그 누구도 감기에 걸린 사람도 없다.
무엇보다 연말 회식으로 생일 전 날 술 취해서 들어와 그다음 날, 하루종일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감사할 일이 하나 추가 된 건가?ㅎㅎ
아이도 무사히 3년을 마치고 방학을 아~주 잘 보내고 있다.
사람이 35살 넘으면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고쳐 쓸 수 없으니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적어도 1년 동안 읽고 걷고 쓰고 필사도 하면서 1년 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필사와 함께 발행 버튼을 누르며 자주 먼지 같은 성공을 경험했고 책을 읽고 사색을 통해서 긍정적인 마인드가 장착되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365일 중 300일 이상을 만보이상을 걸으면서 요요를 막았고 5kg 감량 후 체중 유지를 하고 있다.
이 정도면 그래도 1년 동안 꽤 변한 거 아닌가?
내년 생일에는 또 어떻게 변해있을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1년 동안 큰 변화는 아니지만 먼지 같은 성공경험을 쌓으면서 주름의 깊이가 늘어나는 만큼 내면의 깊이가 더욱더 깊어지는 기품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1년 뒤 오늘 내 생일에 또 발행 버튼을 누른다는 약속을 하며 1년 동안 다시 한번 달려보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년엔 진짜로 걷는 사람에서 달리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