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빛바다 Nov 02. 2020

로또, 5천 원에 행복 구매

살다 보니 이해가 되는 일

중학교 시절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논리, 이성, 수학적인 사고를 많이 하던 터라 그런 로또에 담긴 감성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제일 이해 안 되던 행동이 로또 명당이란 곳을 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로또를 구매하던 아버지였다.


성인이 된 후, 호기심에 로또를 한번 사보았다. 로또를 사고 지갑 속에 넣어 다니니, 행운 들고 있는 기분이랄까. 당첨되면 막 기부도 하고, 쇼핑도 하고, 전자제품도 막 사고, 아파트도 사고 상상만 해도 행복했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매주 로또를 사던 아버지가 이해가 되었다. 로또 한 장이 주는 행복에 버티며 살고 계셨구나.


이번 추석,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로또 명당에서 나 복권 한 장, 어머니 복권 한 장을 사드렸다. 그리고 어머니께선 '당첨된다면 너는 서울에 아파트 사주고, 아빠는 자동차랑 남해에 별장 사서 낚시나 하러 다녀야지'라고 하셨다. 물론, 될리는 없지만, 될 리 없다 생각하고 막 내뱉는 말에서 대화가 오가고 웃음이 생긴다. 5천 원으로 이런 행복을 구매할 수 있다면 가성비가 좋지 않는가.


코딩 교육을 받으면, 항상 로또번호 추첨기 알고리즘을 공부하게 된다. 코딩 강의를 듣고 있는 친구에게서, 본인이 만든 추첨기에서 나온 번호라며 5줄을 나에게 보내왔다. 나는 그 5줄대로 수동으로 구매하고, 만일 당첨된다면 20%를 준다고 말했다. 될 일도 없으면서 그런 말을 던지는 모습, 전혀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친구 추첨기에서 나온 번호를 구매해보는 나, 그냥 웃기고 재미있고 이상하게 인생에 활기를 가져다준다. 때론, 감성이 이성을 이길 때도 있는 법이다.


놀랍게도, 친구가 준 번호로 샀던 로또는 당첨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20% 계약으로 손해를 보게 되었지만 이상하게 행복했다.


그러나, 복권이 없음 애도 행복을 느끼고 소소한 것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이 더 좋은 나를 만들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상품의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네가 상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