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의 강

발칙한 리뷰

by 열쩡

셸리 리드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주인공의 동생 세스는 언뜻 보면 절대악처럼 비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시선에서 내려진 판단일 뿐, 나는 오히려 세스가 많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세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 보았다.




저기 여인숙 계단 위에 누나가 있었다. 누나가 이 시간, 이 메인 스트리트에 있을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나를 먼저 데려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날은 웬일인지 누나가 나를 찾지 않았다. 대신 처음 보는 놈 앞에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술에 취해 상황 파악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그날 나는 누나 앞에 서 있는 저놈을 싫어하게 되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누나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잔소리를 했다. 그놈과의 시간을 방해해서 그런 걸까. 분명 “아무도 아니야”라고 했는데도, 술기운과 아까 본 장면이 뒤섞여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누나는 내 기분에는 관심 없다는 듯 짜증을 냈다. 그날은 끝장을 보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나를 돼지보다 못한 사람 취급하며 등을 밀고 때리며 집 쪽으로 몰아갔다.

중심을 잡기 힘들던 나는 누나의 계속된 밀침에 결국 손에 들고 있던 맥주병을 떨어뜨렸다. 바로 옆에서 걷던 누나는 그 병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밟아 내 쪽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을 뒹구는 우리의 모습이 순간 너무 우스워서 피식 웃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누나를 안아 올렸다. 잠깐이었지만, 그 모습 위로 다른 얼굴 하나가 겹쳐 보였다. 바로 캘러머스 형.


처음에 나는 형을 참 좋아했다. 하지만 형은 늘 부모님 앞에서만 착했다. 동네 형제들이 즐겨 하던 야구나 전쟁놀이는 절대 하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어울릴 수 없었고, 가족들은 나를 형과 비교하며 점점 문제아로 단정 지었다. 그래도 믿었다. 적어도 형과 누나는 나를 그렇게 보지 않을 거라고.

그러던 어느 날, 그 믿음이 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오클리 삼 형제와 전쟁놀이를 하며 한참 참호를 파고 있었다. 그때 형과 누나가 다가와 개울가 가장 큰 미루나무 꼭대기에 나무집을 만들자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지루한 생각만 하던 사람들이 이런 멋진 제안을 했는지 믿기지 않았다. 나무집 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올리자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나는 함께할 수 없었다. 오클리 형제, 특히 맏형 홀든은 무례하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약속을 깨고 나무집을 만들러 갔다면, 나는 참호 안으로 던져지거나 더 심한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

집에도, 농장에도, 과수원에도 형과 누나는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나무집으로 달려갔더니 조용한 가운데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형을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돌을 하나 주워 던졌다.

"나도 올라갈래!"

대답은 없었다. 돌을 더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들려온 말은 "안 돼!"였다. 서러움이 화로 바뀌었다. 나만 빼고 둘이 함께 있는 저 나무집이 무너지길 바랐다. 내 저주 때문이었을까. 그다음 해 가을, 형은 엄마와 이모를 데리고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누나는 이미 그놈과 집으로 가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 있던 나를 남겨둔 채였다. 화가 난 나는 둘을 쫓아가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코피가 난 것도, 마침 나타난 아빠에게 혼이 난 것도 나였다.

복숭아 수확을 도우러 온 일꾼 데이비스는 그놈에 대한 소문을 흘렸다. 도망자라는 말, 도둑이라는 말. 그게 뭐든 누나와 어울리지 않는 놈인 건 분명했다. 며칠 뒤, 그놈을 잡으라는 수배 전단이 붙었다. 나는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누나와 아빠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그건 실수였다.

그놈을 적당히 혼내주고 보안관에게 넘길 생각이었는데, 데이비스는 그놈을 차에 묶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말려야 했지만, 그랬다면 만신창이가 되었을 사람은 그놈이 아니라 나였을 것이다. 나는 모른 척했다. 그리고 이제 누나는 그 모른 척을 나에게 하고 있었다.

누나를 불안하게 하지 않기 위해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누나가 사라진 뒤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을 떠나는 것이었다. 누나의 안전을 걱정하며 방문 잠김을 확인하던 내가, 결국 누나를 더 위험한 집 밖으로 내몰았다. 그래도 나는 누나가 돌아올 거라 믿었다. 내가 집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을을 떠난 지 몇 년이 흘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누나는 물론 나를 고발했던 아빠, 심술 맞은 이모부까지 그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올라가 물에 잠긴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마을이 물에 잠기면 나는 돌아갈 집을 잃게 된다. 집이 사라지면, 나는 평생 누나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을에 닿자마자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막상 집 앞에 도착하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나가 나를 용서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망설이다, 누나가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날, 나는 용기를 내어 현관문을 두드렸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던 시간이었고, 그래서 더 두려운 순간이었다.

문이 열렸고, 누나가 서 있었다.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누나는 결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이곳에서 예전처럼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려 했지만, 입에서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누나가 떠나면, 내가 여기 살아도 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이곳을 떠났다. 나는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엄마, 이모, 캘 형이 떠난 빈자리에서 울고 있는 나를 누나가 안아준다. 강물이 천천히 나를 감싼다. 아무것도 없고, 그래서 모든 것이 충만한 태초의 상태. 강물은 엄마의 양수처럼 나를 편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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