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쩡의 일상 기록
로또를 사지 않는 나는 속으로 ‘저건 신 포도야, 신 포도.’를 되뇌던 여우의 마음과 닮은 걸까?
아니면 ‘행운 따위 없어도 결국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스스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일까?
“주식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삼성전자 주식으로 큰돈을 모았대~.”
그 말을 들은 뒤로 슬며시 주식 강의를 기웃거리긴 했다.
하지만 ‘원금 손실’이라는 세 글자가 나를 쥐고 흔드는 바람에, 선뜻 시작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지금 백신주 장난 아니래.”
“3연상이라던데?”
“지금 안 사면 바보야!”
그 순간, 마음속에서 외침이 일어났다.
“그래, 나 혼자만 바보가 될 순 없지. 가즈아—!”
그렇게 나는 주위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소리에 홀려, 코로나 시기에 주식이라는 세계로 뛰어들었다.
나름 열심히 차트도 보고 뉴스도 찾아보며 골랐던 첫 종목이 상한가를 찍었다.
다음 날 산 두 번째 종목마저 연이어 상한가였다.
첫날엔 매도 방법도 몰라 장 마감까지 팔지도 못했는데, 이틀 연속 상한가라니.
‘역시 나야! 내가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못하는 게 없어.’
자신감… 아니, 자만심의 새싹이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올라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
하지만 이런 들뜬 마음과는 달리 계좌 속 수익금은 생각보다 초라했다.
수익률은 높았지만 시드머니가 적어 실질적인 수익은 손에 잡힐 만큼도 안 됐다.
‘시드만 조금 더 있으면 금방 부자가 되는 건데.’
욕심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시드를 키우기 시작했고, 나의 욕망만큼 수익금도 점점 커져 갔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들고 있던 백신주는 코로나가 잦아들자 ‘재료 소멸’로 무너졌고,
그와 동시에 나의 계좌와 마음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금 나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가치 투자가 뭔지도 모르면서 '가치 투자'하는 사람들과 '같이 투자' 중이다.
생각해보면,
만약 코로나로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던 그 시기에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바닥을 확인하고 무릎에 사서, 머리를 보고 어깨에서 팔아라’는 주식 격언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적어도 지금처럼 큰 상처는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나는 주식을 볼 때마다 여우처럼 중얼거린다.
‘저건 신 포도야, 신 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