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쩡의 인생극장
오랜 진화작업에도 꺼지지 않는 불길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숲도, 하늘도, 세상도 처음부터 붉었던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듯 붉은 노을처럼 저물어갔다.
처음 내가 이 직업을 선택했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위험한 일을 굳이 왜 선택했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꼭 ㅇㅇ밖에 없대?” 같은 말들로 웅성거렸다. 질문을 가장한 걱정들. 물론 그들의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나 역시 내 사진 앞에서 울게 될 사람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내가 없는 그들의 남겨진 시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미안함에 단장의 아픔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해야만 한다고, 나의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가슴은 조용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두려움이 없어서가 아니라, 두려움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하고, 그 누군가가 나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모두가 자신의 몫을 다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었지만, 화마는 거대한 파도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저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두었던 질문 하나가 다시 떠올랐다. 나는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가.
이제 나는 내 의지를 신에게 의지하며 간절하게 기도한다. 신이시여, 제게, 그리고 저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에게 꺾이지 않는 힘을 주소서. 제발.
숲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유난히 어두운 밤하늘 위로, 어제까지 함께 울고 웃었던, 산화한 동료들의 눈빛이 별처럼 반짝인다. 너무 치열했던 시간이었기에, 오히려 기억에 남는 건 이런 마지막 순간뿐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나도 마지막을 알지 못하고 떠나는 날이 오겠지만, 내 마지막을 기억해 줄 동료들이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을 알지 못한 채 떠난 그들도, 부디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산불로 인해 많은 소방관들이 순직했다.
이 글은 그들이 겪었을 마음을 대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감히 가늠해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 마음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오래도록 빛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