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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향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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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Dec 18. 2024

날개를 꺾은 새는 걷기를 배웁니다.

나 하나.

날개를 꺾은 새는 걷기를 배웁니다. 


  참새 마을과 다람쥐 마을이 있다. 참새는 나무 위에 살고, 다람쥐는 나무 아래에서 산다. 두 마을은 함께하지만 분리되어 있다. 먹이가 다르고, 구역이 다르니, 충돌할 일은 없었다. 어른들은 걱정이 많았다. 일어나지 않은 싸움을 막고자 촌장님들이 나섰다. 몇 번의 회의가 있더니 커다란 문으로 구역이 나눠젔다.


  연우는 참새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났다. 자유롭게 하늘을 가로지르며 살아가는 일이 즐거웠다. 거칠 것 없는 하늘에 자신의 이상이 있다 믿으며 살았다. 어릴 때는 잘 몰랐다. 집안 사정에 어두웠다. 이젠 알만한 나이가 되니 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버지 어머니 연서 그리고 연우는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지만 시원치 않다. 아버지는 큰 먹이를 꼭 잡아 오겠노라며 떠나신 후 소식이 없다. 


  단단한 어머니는 노련함으로 먹이 활동을 하며 연우와 동생 연서를 키워냈다. 자라난 연우와 연서는 자신의 둥지를 찾아 떠나려고 했다. 떠날 마음을 둘 다 마음을 접었다. 어머니는 최근에 몸이 좋지 않아 사냥을 하지 못한 탓이다. 생각처럼 몸이 따르지 않으니 어머니는 야위어 가셨다. 연우와 연서는 어머니 곁이 좋다며, 요즘 둥지 가격이 만만하지 않다며 떠나기를 거부했다.


  연우와 연서는 열심히 먹이 활동을 위해 나서지만, 한계가 있다. 더 멀리 날아가 경쟁이 한산한 곳 가야 겨우 먹이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노력하지만, 손에 들어오는 먹이는 작으니 마음은 낡아가고, 몸은 남루해진다. 가족이 오붓하게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오직 생존을 위한 먹이 시간만이 남게 된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연우는 현실을 이내 깨닫게 된다. 하늘을 날지만 구속되어 있는 삶. 가난은 가족을 차례차례 집어삼켰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행복한 마음은 희미해진다. 겨우 가져온 먹이를 함께하지만, 지친 몸인 탓에 살가운 말을 나누기도 버겁다. 몇 년이 흘렀다.


  간절해지면 귀는 얇아진다. 연우 친구가 긴요한 정보라며 알려준다.

  "다람쥐 마을에 가면 먹거리가 지천이라고 하더라. 다람쥐는 벌레 안 먹으니까, 남아돈다고 해."

  눈에 휘둥그레진 연우는 자세한 방법을 묻는다. 친구 새는 바짝 옆에 붙어 더 작게 이야기한다.

  "단, 날아다니는 걸 포기해야 해."


  긴 대화 끝. 다람쥐마을 드림이 연우 마음에 움텄다. 먹이를 약속된 장소에만 둔다면, 참새마을로 보낼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날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돌아와 연서에게 말했다. 

  "내가 다람쥐 마을에서 먹이를 우리 마을 앞에까지 가져다 둘게. 약속된 시간에 만나면 우리 생활이 괜찮아질 거야. 넌 어머니를 보살펴."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이게 다 자신이 못난 탓이라며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괜찮다며 연우는 모두를 안심시키고 떠났다. 열릴 것 같지 않은 문 앞에 다다랐다. 근엄한 얼굴로 내려다보는 새는 내게 말한다. 

  "정말 다람쥐 마을로 갈 테냐?"

  비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절차가 있다고 한다. 요즘 다람쥐 마을과 새 마을을 오가며 싸움을 조장하는 녀석들이 있어 특단의 조치가 있다고 한다. 날개를 꺾어야 한다. 연우는 알겠다며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빠각. 

  연우는 소리를 질렀다. 가족이 모두 풍요롭게 있다는 희망이 고통을 눌렀다.


  다람쥐 마을에는 정말 벌레가 가득했다. 다람쥐는 먹지도 못하는 벌레를 보며 지나갔고, 연우는 착실하게 먹이를 모으려 했다. 희망이 차올랐다. 시원하게 날아다니게 하던 날개는 거추장스러웠고, 걷기는 어색했다. 뒤뚱뒤뚱. 날던 때에 쉽게 잡을 수 있던 벌레는 생각보다 빨랐다. 


  얇은 다리는 속도가 나지 않았고, 연우가 자신이 먹을 벌레도 잡지 못했다. 앉아 허공을 보고 있으니, 날렵하게 걷는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여기에 오래 동안 있던  새인 모양이다. 

  "새로 왔나 보구나."

  문이 만들어지고 얼마 안 되어 왔다는 새는 걷기를 배워야 한다고 이른다. 이젠 날개 따윈 잊고, 하늘을 잊으라고 한다. 다리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할 수 있다며 요령까지 알려준다. 뒤뚱뒤뚱. 하늘이라는 자유를 내어준 연우는 어색하게 걷기 시작한다. 처음 날던 때가 떠오른다. 날고 떨어지길 반복하는 시도. 푸르른 하늘을 날던 시원한 공기를 잊고 걷는다. 연우는 자신 하나 희생해 가족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며 걷는다. 

  꺾어진 날개를 잊고 걷기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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