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되길 바라며.
나만 알고 싶은 독립서점 - <자기만의 공간>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얼마일까? 어떤 이는 3초, 어떤 이는 찰나의 시간인 0.1초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싶다. 거기다, 첫인상이 그대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류의 생존 본능이 만든 능력처럼 보인다.
낯선 이, 낯선 공간을 마주한다. 결정해야 한다. 적인지 아닌지. 머물기에 안전한지 아닌지. 순간의 선택이 삶과 죽음을 갈랐다. 빠른 선택과 운이 몇몇을 살렸을 테고, 어떤 이들은 죽었을 테다. 운과 빠른 결정 능력이 다음 세대로 전달되었다. 문명을 이루기 전부터 이동하던 능력이 지금에도 여전한 모양이다.
주말 점심을 먹고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나왔다. 길을 잘못 들었다 (길치가 길치 했다). 빌라들이 들어서고 있고, 빈 터가 보이는 곳이라 비슷비슷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 멈칫했다. 초록색의 어닝이 나온 곳. 투명한 창 안에는 책이 보였다.
움직이는 차에서 난 첫인상을 결정했다. 시간을 봤다. 다음 약속까지는 틈이 있었다. 여유롭게 움직인 나에게 칭찬을 했다. 행운을 얻었다. 차를 세우고는 후다닥 들어갔다. 책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서점에 웃음이 배시시 나왔다. 가게 가장 안쪽 고개를 빼꼼 올려 인사를 하시는 분이 보인다. 또다시 첫인상이 결정되었다. 부유하는 문장을 묶어 증류하면 "무해하다."만 남을 분이다.
서점을 거닐었다. 꼼꼼히 보다 발걸음이 멈췄다. 책 추천하는 코너가 있다. 적어두면 입고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생각을 느리게 했다. 몇 권이 떠올랐다. <GV 빌런 고태경>을 썼다. 실패를 마주할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추천한다는 문장을 짤막하게 남겼다. 잘 정돈된 책상과 소파가 있다. 물어보니, 예약을 해 일정 시간을 사용할 수 있고 한다. 시계를 보니, 여유를 다 썼다. 아쉬운대로 책을 집어 사고 다음에 꼭 오겠노라고 했다. 떠나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뚝뚝 떨어졌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아침. 자기만의 공간을 예약했다. '작업하는 자기만의 책상', '글 쓰는 작가의 책상', '독서하는 자기만의 소파' 내 선택은, 글 쓰는 작가의 책상. 오랜만에 시간이 빨리 흐르길 기다렸다. 일주일 만에 다시 간 그곳은 여전했다. 좋았던 첫인상은 견고해졌다.
전업독서가인 대표님과 작업실을 원하는 또 다른 대표님의 교집합이 자기만의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섬세한 손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으로 쏙 들어갔다. 환영을 하는 듯, 전업 독서가께서는 따스한 차와 작은 약과를 내주셨다. 책을 읽었고, 글을 몇 자 적었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시간이 끝났다. 자리에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나가는 길에 내가 추천한 책이 내가 쓴 쪽지와 함께 놓여있다. 미소가 지어진다. 천천히 공간을 둘러봤다. 첫인상은 강고한 벽이 되더니 성이 만들어졌다. 나만 알고 싶은 공간이다.
서점을 잇다를 쓸지 말지 고민까지 했다. 깊게 이해하고 쓰고 싶었다. 그러다, 말았다. 자주 쓰면 될 테니까. 연휴가 시작된다. 난 또 갈 테다. 시끄러운 관계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공간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자기만의 공간"이다. 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자기만의 공간을 바탕으로 쓰고 싶은 글감도 떠오른다. 가야겠다. 그래야 글을 쓰고 마무리할 수 있겠다.
독서 팟캐스트 <한 페이지의 수다>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행복의 기원"을 읽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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