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너무 바쁠 때 갈 독립서점-<스토리지북 앤 필름>

오래 머문 책을 데려왔습니다.

by Starry Garden
삶이 너무 마쁠 때 갈 독립서점- <스토리지북 앤 필름>


다리가 아팠다. 전날 러닝을 하고 정리 운동을 잘 안 한 탓인지 걷기가 불편했다. 처음에는 불편만 했다. 영화의 클리쉐 한 마디가 떠올랐다. "그때 알았다면 그곳을 가지 않았을 텐데..." 영화 시작으로 가보자. 오랜만에 서울로 갔다. 여유가 생겼다. 선택은 하나다. 독립서점을 간다. 거기다 강북. 특색 있는 독립서점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 여럿이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있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 그곳에서 일하신 분이 쓴 책이 떠올랐다. <책방이 싫어질 때> 기회를 잡았으니 길을 잡았다. 생각이 짧았다.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던 다리가 조금씩 올라가는 각도에 힘겨워했다. 그리고 만났다. 아찔한 계단. 이름도 무서운 108 계단!



용산구 후암동이라는 이름보다 해방촌으로 많이 알려진 이곳의 언덕을 몰랐다. 계단을 올라가다 포기했다. 승강기에 몸을 맡겼고 올라갔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은 아직 멀었다. 완만한 경사마저 힘겨웠다. 무릎이 점점 욱신거렸다. 다리가 아프니 자연스럽게 걷기가 느려졌다.


KakaoTalk_20250209_193408045_10.jpg
KakaoTalk_20250209_193408045_11.jpg
KakaoTalk_20250209_193408045_12.jpg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갔다. 바람도 느끼고, 꼬불꼬불한 길을 관찰하며 걸었다. 따스한 빛에 나와 일광욕하고 있는 고양이를 봤다. 평소라면 바삐 가는 내가 흘렸을 장면. 사진으로 담았다. 한참 눈을 감고 있던 고양이. 내 뒤를 따르던 분들이 오자 후다닥 내려간다.


느린 산책 끝에 도착했다. 공간을 느낄 때는 과정도 영향을 준다고 한다. 부석사의 무량수전을 영접하려면 한 참을 올라가니, 숨이 차다. 도달한 끝에 있는 그곳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 연출. 시퀀스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스토리지북 앤 필름이 내게 그랬다. 높다란 언덕에 걸쳐 있는 이곳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신비로웠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퀀스가 만들어졌다.


<책방이 싫어질 때>에서 말한 유의사항을 떠올렸다. 공간만 즐기고 사진을 찍으며 함께 있는 분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는 주머니 깊이 찔러 넣었다. 작은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책들을 살폈다. 오래 머물러 많은 이들의 손때가 묻은 책에 손이 갔다. 샘플 책이다.


KakaoTalk_20250209_193408045_13.jpg


목차를 보며 웃음이 배시시 나왔고,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아! 가져가야겠다 는 마음을 먹고 샘플책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려 하다 멈칫했다. 비닐에 쌓인 새 책 보다, 많은 이들이 선택했다는 증거를 품고 있는 이 책을 데려가기고 마음먹었다.


책에 인격이 있다면, 다른 이들을 안내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생채기를 기꺼이 보여주는 샘플 책이 기특했다. 그리고 이젠 많은 이들 보다 한 사람에게 의지하길 바라며 데리고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손에는 5권의 책이 들려있다.


책을 샀다는 즐거움, 멋진 공간을 누렸다는 뿌듯함을 뒤로하고 서점을 나섰다. 아차. 다리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다시 산책처럼 내려간다. 한 계단 내려가고, 쉬고. 두 계단 내려가고 하늘 보고. 느린 삶이 주는 행복을 느낀다.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을 잡아주는 스토리지 북 앤 필름.


삶이 너무나 바쁠 때, 다시 오고픈 독립서점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글


▼다른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서평 인스타그램◆

◆서평 영상 유튜브◆

◆독서 팟캐스트(한 페이지의 수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내 일상(책)

◆별빛 사이언스 레터_일상 속 과학(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