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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졌을까?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by Starry Garden
영웅이 된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졌을까?


역사를 뒤적이면, 불세출의 영웅이 등장한다. 놀라울 업적을 이루거나, 목숨도 던질 정도로 신념을 지키는 이들도 잦다. 지금도 여전하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선로에 빠진 이를 구하거나, 고시원에서 불이나 도망치기 바쁠 때, 돌아와 소리를 지르며 자는 이를 깨우는 영웅이 있기도 하다.


언론은 뒤따라 영웅을 칭송하며 적는다. 옛날에도 다르지 않다. 말 없는 말이 천리를 가며 영웅이 만들졌음을 알린다. 끝이 아니다,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건너가더니 더 채워지며 몸집을 키운다. 그들은 신묘한 힘을 가졌고, 강건한 생각을 가진 영웅일까? 평범한 인간임을 단호히 거부하는 이들일까?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122명을 인터뷰한 이진순 작가가 쓴 8명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름만 들어도 우리가 알만한 그 분야의 영웅이라고 할만한 이들이 나온다.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 대문호와 황구라라는 별명을 가진 황석영, 소득세를 전국 열 손가락 안에 낼 정도로 부호였다 모든 것을 버린 채현국까지. 이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으면, 이들은 영웅이 아니라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불안해하고, 버거워하며, 구차스러운 하루를 견디고 있다.


언론에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 ‘제 사례를 상징 조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거예요. 솔직히 전 불의에 대항하거나 소신 있게 저항한 사람이 아녜요. 그냥 공무원으로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한 것인데 이름이 노출된 것뿐이지요. 제가 사실보다 미화될까 봐 두렵습니다.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page 88)


그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한다. 무척 대단한 신념이 아니라 한 명의 직업인으로 진정성을 보여준 일뿐이라고 한다. 하나 같이 걱정하는 건 바로 이것. 영웅화되는 것. 인간에서 떨어져 나와 숭상되는 사람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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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란 인격의 이름인가 행위의 이름인가. 또 영웅은 시대의 산물인가, 아니면 시대가 영웅의 산물인가. 그리고 영웅이란 한 시대를 주도하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인간인가, 아니면 단순한 선구자에 불과하거나 다수의 동시대인의 업적을 한 개인의 이름 아래 묶은 관념의 덩어리인가. (이문열 삼국지 2 중)


그들은 영웅은 내가 아니라 행위라고 믿고, 다수의 동시대인의 업적을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이르는 듯하다. 자신은 그 자리에 있었을 뿐, 누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자신은 그렇게 고고하지 못하고, 고결한 존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듯하다. 아니다, 그들은 마땅히 인정받아야 할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상징 조작을 하지 않아도 말이다.


바로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 당연한 일을 한다고, 핍박받을 수 있다. 그 일이 내 선에서만 나만 위해를 가한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먹고사는 일을 고단하게 하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족을 공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일을 한 것이다.


조직의 힘에 굴복하고, 회유에 당하는 것. 당연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좌천도, 손가락질에도, 수군거림에도, 그들은 했다. 고뇌했고, 너절한 하루를 견디고, 수모를 참으며 해냈다. 영웅이다. 세상을 구하는 일의 시작이 아닐까? 그들은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난 뒤, 그들의 행위는 영웅으로 만들어졌다. 그들의 고된 하루와 일상을 제거하고 반짝이는 보석처럼 깎아 냈을 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한 건, 단순히 빛나는 그들의 행위만이 아니다. 그들은 일상을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행동이 없어지지 않고, 그들의 고민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기억하며 나눠야 함 한다. 그래야 힘에 눌리지 않고, 회유됨을 거부하는 이들이 당연하 자신의 자리에서 당연한 일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되리라 믿는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하는 일들이 있다.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는다. 그들을 우리는 알아차리며 봐야 한다. 욕을 먹어도, 힘든 길임을 알아도 당연한 일을 하는 분들이 있기에, 그들이 우리 사회의 뿌리처럼 단단히 지키고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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