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전략서.
착한 사람만으로는 안된다.
역사를 자주 찾아 읽는다. 최근에는 역사학 교수님께서 하시는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역사를 짚어가며 읽고, 보다 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의심'이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말한다. 나쁜 이들은 처벌받고, 선한 이들은 복을 받는다. 공자께서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하늘이 그에게 복으로써 갚아주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재앙으로 갚는다."라고 하셨고, 노자께서는 "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다. 언제나 선한 사람과 함께한다."라고 했다. 역사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대표가 되는 예가 있다. 안연과 도척이다. 안연은 공자가 가장 아낀 제자다. 공자의 제자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큰 학자도 있고, 한 나라의 장관이 되기도 하고, 유명한 웅변가도 있다. 그들을 모두 제치고 공자는 안연을 아꼈다. 그의 삶을 볼까?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문일지십'이라는 성어는 안연을 두고 한 말이다. 똑똑했다. 보통 총명한 이들은 싸가.. 아니 예의가 없기 마련인데, 안연은 아니다. 엄마친구아들 같은 사람이 안연이다. 덕을 수양하기 위해 실천으로 보였다. 고고한 그는 32세에 요절한다. 부유했을까? 아니다. 쌀독은 비어있었고, 부실한 곡식으로도, 찌꺼기로도 배불리 먹은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영양부족인지 그는 20대 후반에 이미 머리가 새하얗게 세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평균 수명과 지금의 수명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착한 삶을 살았던 그는 끝까지 곤궁하게 살다 죽었다. 반대 편에는 정말 악독한 이가 있다. 도척이다. 춘추 말기. 어제 있던 나라가 내일 없어지고, 내일 싸움을 위해 현재를 지워가던 시대다. 도척은 수천 명의 무리를 모아 사람을 죽이고, 재산을 강탈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며 다섯 가지를 읊던 그는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사실 이렇게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현재도 자주 보인다. 서양 속담인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참 탁월하다. 고작 5,00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아니 거슬러 올라가 현재 인류라고 부를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에서부터 우리 신체는 큰 변화가 없었던 탓일까? 비슷한 장면은 고장 난 영화처럼 반복된다. 무작정 안연처럼 살아야 할까? 아니면, 극단적으로 도척처럼 살아야 할까?
질문을 받아 들고 답을 찾아 고민했다. 문제를 다시 써봤다.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능력 문제로 생각해 봤다. 안연은 학문을 대하는 태도, 실행에 옮기는 힘은 강했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고 키우는 일에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반면 도척은 어떤까? 그는 '선'을 찾을 수 없지만, 조직을 관리하고 돈을 나누는 일에는 탁월했던 모양이다. 선과 악을 걷어내고 보니 경제 능력의 차이가 보였다. 다시 역사를 거슬러가보자. 잉여 생산물이 나오고 우린 계층이 생겼다. 기술 발전으로 전체 생산량이 증가에 인류는 지난 역사 어떤 시대보다 부유해졌다. 하지만 불평등은 가속되고 있다. 역사 이래 우린 끊임없이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 한정된 재화를 나눠 써야 하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선한 이들이 부유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부는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돈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올 것이다. 나는 시스템의 일부가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은 이해와 극복이 필요한 현실이다." (<부의 전략 수업>, 폴 포돌스키 지음 page 15) 시스템은 불공정하다. 지금 당장 우린 이 세계에 살아야 한다. 선함만으로는 안 된다. 경제 능력을 갖춰야만 선함은 강해지고, 넓게 퍼질 수가 있다. 지갑을 꺼내보자. 돈이 있다. 다른 말로는 화폐다. 종이와 동전이 돈을 모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통장을 열어보면 숫자로도 있고, 때로는 건물로 때로는 채권, 주식, 선물로 존재한다. 이 모두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기 어려울 때는 대상을 만들면 편하다. "돈은 인격체다. 돈이 사람처럼 사고와 감정과 의지를 지닌 인격체라고 하면 누군가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인격체란 스스로 생각하고 자아를 가진 개별적 실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돈의 속성>, 김승호 지음, page 14) 돈이라는 인격체는 나에 따라 변한다.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감이 좋다는 이유로 돈을 막 쓰면 돈은 도망간다. 깊이 생각하고 공부하며 따져서 좋은 곳으로 보내주면 이들은 천천히 성장하고, 풍요로워지며 다른 돈을 모셔오기도 한다. 인격체인 돈을 소중히 여기는 시작은 무엇일까? "나는 이를 숫자로 계산해 보는 것이 논리와 감정을 분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돈 문제는 항상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특히, 부채가 생기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부의 전략 수업>, 폴 포돌스키 지음, page 159) 무작정 아끼는 게 아니라, 감정을 분리하고 소득, 소비, 부채를 따져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 우린 투자를 배울 몸과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 선한 마음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처럼, 돈과 지내기 위한 훈련이 필요다. 바로 투자다. "투자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투자 방법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투자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마음과 몸을 훈련하는 과정을 포함하기도 한다." (<부의 전략 수업>, 폴 포돌스키 지음, page 202) 주식을 사는 법, 채권을 사는 법, 이들 비율을 조정하는 법, 소비를 줄이는 방법, 세금을 줄이는 방법, 부동사는 방법... 이 아니라 우선 돈을 대하는 태도, 마음과 몸을 준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선함에 가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리듯, 부를 대하는 태도도 시간이 걸리고 신경을 써야만 한다.
배워야 한다. 우린 불완전하고 불공평하며, 비합리적인 세상에서 살아야만 한다. 착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착하다는 무기 하나만으로는 안연처럼 스러질 뿐이다. 세상을 단박에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세상을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단단하다. 그렇게 바뀔 세상이었다면, 이미 수차례 변했을 테다. 바꾸고 싶다면 생존해야 한다. 배를 주리고 앉아서 한탄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한 톨도 없다. 다른 이들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도 걷어내자. 내가 움직이지 않고는 해결되는 일은 어떤 것도 없다. 오늘도 공부를 해본다. 부는 어떤 규칙에 흘러가는지, 나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따져본다.
*필름 출판사로부터 <부의 전략 수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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