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성취감.
지혜, 신뢰, 어짊, 용기, 위엄을 키우는 방법
한 달에 한 번 방탈출을 한다. 지인과 함께하는 모임을 만든 덕분이다. 매달 방탈출을 하고 근처 맛집에서 밥을 먹곤 각자 갈길을 가는 아주 시원한 모임이다. 밥을 먹을 때에도 간단히 서로의 안부를 묻고는 방탈출 이야기에 몰두한다.
'방탈출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머리에서 한참을 굴려봤다.
오랜 시간 동안 버려지지 않고 읽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중에 주목한 부분은 <손자병법> 시계(始計) 편에 나온 장수의 조건이다. 장수는 지혜, 신의, 인애, 용기, 위엄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바로 방탈출이 장수의 능력을 키우는데 딱 들어맞았다.
1. 지혜(知)
탈출을 위해서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란 어떤 문제를 먼지 풀지, 막힐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떤지 현장을 판단할 능력이다. 방탈출은 문제를 푸는 연속이다. 지혜를 끊임없이 써야 한다.
따라서 방탈출로 지혜가 키워진다.
2. 신의(信)
좁은 공간에서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 혼자서 모든 일을 하는 것은 어렵다. 상대를 믿고 단서를 줘야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게 함께 하는 동료를 믿는 것이 필요하다. 신(信)이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사람의 말을 의미한다. 그렇게 각자가 서로 믿을 만한 말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풀어야 나 갈 수 있다.
따라서 방탈출로 신의가 키워진다.
3. 어짊(仁)
어짊은 배려와 존중이다. 방탈출은 보통 두 명 이상이 들어간다. 급박한 상황에서 탈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때가 있다. 서로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는다면, 의견만 부딪치다 방탈출에 실패할 수 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서로 뿐이니 배려는 필수다. 또한,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들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한다.
따라서 방탈출로 어짊이 키워진다.
4. 용기(勇)
용기는 대담함을 이른다. 때때로 좁은 곳을 가거나,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는 곳이 방탈출이다. 이때 모두들 두려워만 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면, 방탈출은 할 수 없다. 그러니 용기를 가진 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길이 보이고 탈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방탈출로 용기가 키워진다.
5. 위엄(嚴)
위엄은 엄격함이라 할 수 있다. 방탈출에는 제한시간이 있다. 주어진 시간 안에 탈출을 완수해야 한다. 시간을 지켜야 하는 신뢰가 무척 중요하다. 방탈출의 규모에 따라 시간은 다르지만, 빡빡하기 이를 때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간을 지키는 엄격함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방탈출로 시간에 대한 엄격함이 키워진다.
세상은 전쟁터다. 다섯 가지의 요소를 키운다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훌륭한 장군이 될 것이다. 그렇게 씩씩하고 당당히 삶을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방탈출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이상 웃자고 한 이야기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성취감
고전까지 끌어가며 방탈출이 좋은 점을 이야기했다. 많은 분들이 즐겼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방탈출을 즐기는 진짜 이유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성취감 때문이다. 학교에서 열과 성을 다해 공부를 하고, 직장에서 이른 새벽부터 달이 뜨는 시간까지 일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성장은 더디고, 성취감과 행복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일들을 그만두거나 도망가진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성취감과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바로 방탈출이다.
온전히 그 시간만은 다른 생각 없이, 방을 나오기 위한 문제를 풀고 단서를 찾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나오게 되면 그 뿌듯함이 곧 성취감과 행복으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자 성취이다.
거대한 행복이나, 성취감은 일생에 몇 번이나 나에게 다가올까?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고 길게 이어질까? 중요한 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자 성취가 아닐까?
이달에 어떤 방탈출을 할지, 친구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이 반짝인다. 나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성취가 반짝인다.
한 줄 요약: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성취감을 방탈출에서!
P.S.
고전에 해박하신 분이 보게 되시면, 우선 죄송합니다. 웃자고 한 이야기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