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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Sep 19. 2022

제사 없는 명절 준비: 헛제삿밥 편

헛제삿밥 언제 또 먹어요?

헛제삿밥: 나물


어머니는 제사가 없어도 명절 준비를 하신다. 습관처럼 그리고 우리가 쓸쓸하지 않도록(<제사 없는 명절 준비: 튀김 편> 참고). 튀김과 함께 반드시 같이 나오는 건 나물과 탕국이다. 나물은 다섯 종이 나오는데, 고사리, 도라지, 무채, 콩나물, 얼갈이 나물이다.


제사 음식으로 비빔밥을 해 먹던 관례를 따라, 제사 없이 여러 나물과 몇 가지 고기 그리고 탕국을 함께 먹는 것을 헛제사밥이라고 한다. 헛제삿밥은 안동과 진주에서 먹었다고 한다. 특징으로는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어 비비는 게 아니라, 간장으로 비빈다는 것이다.


제사 없는 명절 준비를 하는 우리 집에 딱 어울리는 메뉴가 헛제삿밥이다.


손질된 도라지, 콩나물, 얼갈이 나물


"제가 도와보겠습니다"라며 나섰지만, 이미 준비가 완료되어있었다. 어머니의 20년 제사 준비 내공은 내가 할 일이 없게 했다. (손이 얼마나 빠르신지, 옆에서 돕는다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벌써 고사리는 완료되어 사진도 없다..)


나물은 2단계를 거친다. 손질 => 무침 또는 볶음.


손질은 간단하다.

도라지는 먹기 좋게 자른다. 콩나물은 한번 헹구는 것으로 끝. 고사리는 긴 건 반으로 자르고, 단단한 줄기 부분은 제거한다. 얼갈이가 약간의 손이 가는데, 데치는 과정이 추가된다. 데칠 때에는 끓는 물에 소금을 넣으면, 선명한 색이 오랜 시간 유지된다고 한다.


기본양념이 있는 콩나물, 얼갈이 나물, 무채.


다음 작업은 무침과 볶는 과정이다. 

기본양념은 간장, 소금, 참기름, 소고기 다시다이다(어머니의 손맛도 대기업의 기술이 필요하다. "조미료를 적당히 넣어야 맛이 난다"를 강조하셨다). 얼갈이 나물, 무, 고사리, 도라지는 기본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양념과 한 몸이 된 녀석들에게 잠시 시간을 주는데 간이 배는 시간이라고 하신다. 그런 후 중간 불에 볶아 익히면 된다. 콩나물은 무치는 과정 없이 바로 기본양념과 볶으면 된다. 


이렇게 다섯 종의 나물이 완성된다. 


완성된 무채, 얼갈이 나물, 고사리


헛제삿밥: 탕국


탕국은 헛제삿밥에 무척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농담으로 한 달 내내 90끼를 먹을 수 있겠다며 호기롭게 이야기할 정도다. 


탕국은 쇠고기 뭇국의 일종으로 제사상에 올리는 국을 이르는 말이다. 시원하고 깔끔하며 부담이 없는 국이다. 두부가 한가득 있으면 금상첨화다. 탕국의 주요 재료는 소고기, 두부, 무이다.


탕국의 3단계.


탕국은 3번의 단계를 거친다. 

소고기, 기본양념(소금, 간장, 참기름, 소고기 다시다), 그리고 무를 넣고 물을 자박하게 넣은 후 중 불로 끓인다. 보글보글 거린다면 두부를 넣고 물을 충분히 넣고는 다시 끓인다. 이제는 시간이 탕국을 완성시킨다. 약한 불에 오랜 시간 끓이면 끝이다.


다시 한번 등장한 조미료에 어머니는 손맛에는 조미료도 포함이라며 웃어 보이신다.


헛제삿밥 언제 또 먹어요? 

완성된 다섯 종의 나물과 탕국이 준비되면 큰 그릇이 필요하다. 따뜻한 밥에 다섯 종의 나물을 기호에 맞게 넣고는 탕국 국물 두 스푼을 넣는다. 그리고 간장도 한 스푼. 이제는 슥슥 밥알이 깨지지 않게 비빈다. 그럼 완성이다. 


아쉽게도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완성된 두 음식 사진이 없다. 이제 다 먹고 없으니 다시 찍을 길도 없다. 글을 다 적고 일어나 어머니에게 여쭤봐야겠다.


"어머니 우리 헛제삿밥 언제 또 먹어요?"


아니다.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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