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친구 내외가 아이를 낳았다 (<대박 사건, 친구가 딸을 낳았다?> 참고). 그리고 친구를 본 적이 없다.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간간히 아이의 사진이 올라오는데, 역시나 무척 귀엽고 이쁘다. 아버지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자전거 라이딩에 진심이다. 하지만 몇 달간 못 가고 있다. 안타까울 정도다. 그저께 카톡이 왔다. 추워지기 전에 일정을 맞춰보자는 친구의 호기로운 메시지였다. 카톡방에는 '오~'가 계속 올라온다. 결정적인 문장이 올라왔다.
"외출 허가 결재 났습니까?"
친구의 미소가 여기까지 보인다. 아직 결재 중이라고. 곧 결재가 날 것 같이니, 날짜를 정해 놔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카카오톡 투표에는 10월 첫째 주부터 11월 두 번째 주까지 토요일의 날짜가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렇게 간택된 날짜 3개를 결재 올리겠다며, 단톡방에서 잠시 사라진다.
아직까지 답이 없는 걸 보니 결재 진행 상황이 난항인 듯하다.
내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된다는 건, 자신이 누리던 많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과정인가 보다. 매주 하던 라이딩은 두 달에 한 번으로 줄어들고, 친구들과의 만남은 반년에 한 번으로 줄어든다. 자신에게 주던 시간이 이제는 딸과 아내에게 이동한 듯 싶다. 자신에게 주던 시간으로 가족을 만드는 데 쓴다.
아버지가 되어 가는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봤지만, 마뜩한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불현듯 35년간 가족에게 시간을 쓰는 분이 떠올랐다. 내 아버지. 오늘도 퇴근이 늦으신다. 주말이면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신다. 가끔은 텅 빈 눈으로.
가늠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지우며 가족을 위해 산다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결재는 없어진 지 오래인 듯하다. 이제는 그만 지우시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어 자신을 그리셨으면 한다. 그 긴 세월을 지내신 아버지에게 말을 건네야겠다. 아니 건네지 못할 말이 마음에서 돌돌 굴러다닌다.
'아버지 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존경합니다. 아버지 덕분에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