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로 전시회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고 생각했다(이전 글 참조 <브런치 북 특별상 수상자와 협업을?>, <브런치 작가님에게 제안하기를 눌렀다.>, <스위트 스폿을 찾아라>). 하지만 아니었다. 몇 번의 연락이 오갔다. <전시를 열며>라는 글이 필요했고, 작가님을 소개하는 글도 필요했다. 우리는 좋은 전시를 위해 가게 가구 배치를 끊임없이 바꾸고 고민했다. 새로운 시작은 설레지만,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았다.
그림을 배치할 공간을 정하는 일도, 오시는 분들이 보기 편하게 하기 위한 동선을 짜는 일도, 홍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포스터도. 차근차근해 나갔다. 당황하지 않고 하나씩. 혼자 하기 버거운 일은 작가님에게 말하며 조정해 나갔다.
서로에게 조금씩 맞춰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시 일정에 가까워질수록 공간은 선명해졌다. 전시 시작 그날이 왔다. 작가님과 멋진 남자분이 함께 오셨다. 잔잔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그분은 작가님의 남편 분이셨다. 능숙하게 그림을 배치하고 부칠 준비를 하셨다. 그림은 자기 자리에 앉았다.
우리의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따뜻한 그림이 공간을 채워나갔다. 한층 가까워진 작가님과 마음으로 공간을 메웠다. 두 시간 남짓, 바쁜 손을 멈추고 한 발 떨어져 본 커피문고는 전과 다른 공간이 되었다.
그림은 공간을 채웠고, 마음이 공간을 따뜻하게 했다.
온전한 나의 시간 in 커피문고
일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하여.
<알아두면 쓸데없는 인간 잡학사전> (이하 알쓸인잡)에는 달 탐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기억에 남았다. 전시를 준비하는 일과 겹쳐 보였다.
우주는 인간이 1분도 살 수 없는 곳이다. 낮은 압력, 엄청난 기온차이. 모든 요소가 인간을 위협한다. 우주로 향해 날아가 달에 도착한 우주인. 인류 전체는 달에 첫 번째 발을 내디딘 사람에게 주목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야기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바로 재봉사.
우주선을 내린 사람은 오직 우주복이 보호한다. 우주복을 만드는 일 뒤에 재봉사가 있다. 무시무시한 우주에서 연약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우주복은 4,000 조각이 넘었고, 40겹이 차곡차곡 쌓인다. 솔기를 최대한 작게 만들었고, 활동이 편하도록 노력했다. 우주를 보내는 거대한 일에도 보이지 않던 노력이 가득하다.
전시를 준비하는 마음이 우주복 재봉사 마음과 비슷한 진폭을 가진 듯하다.
모든 일에는 누군가의 노고가 가득 차있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했기에 일이 이루어진 것이다. 세상에 그냥은 없다. 그냥 이루어지는 일도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좋은 기운을 내뿜고 있다면, 누군가가 필사적으로 노력한 덕분이리라.
전시가 시작된 커피문고를 볼 때마다 작가님의 노고가, 동생의 노력이 보인다. 어떤 일이든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렵다. 아니하지 못하겠다. 일이 잘되고 잘 못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일이 이뤄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분투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림으로 공간을 채우고, 채워진 공간을 마음으로 채우는 일도 모두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 멋진 권냥이 작가님 그림이 빛나길 바란다.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관대하게 봐주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