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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사실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말.

by Starry Garden
10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이번 달 마지막 독서모임. 동생은 자그마한 케이크를 준비했다. 한 달을 잘 지낸 우리를 위로하고, 한 달 동안 꾸준히 책을 읽은 우리를 칭찬했다. 모두들 뜻밖의 선물에 즐거웠다. 잠시 책을 잊고, 지난주에 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설날이 있던 주. 베로니카는 잔소리 폭격이 피해 방공호인 커피문고에 왔다. 마음도 몸도 대피했다. 셜리는 설날 동안 대구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먹부림 여행. 그녀 이야기 쉼표에는 고소한 빵 냄새가 나고, 단어 사이에는 구수한 막창 냄새도 난다.


케이크를 한점 먹고 각자 가져온 책에 대해 이야기를 짧게 했다. 마치 영업 사원처럼 자신이 가져온 책을 뽐낸다. 베로니카가 가져온 책은 친구의 선물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유로 만나게 된 절대자와 나눈 가상의 대화. 만화가 있고, 대화를 방식으로 적혀 있는 책으로 쉬이 읽힌다고 한다. 다양한 방법과 비유로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한다. 베로니카는 끝까지 읽을지 고민된다고 한다.


셜리는 드디어 네 번째 도전한 <데미안> 끝이 보인다고 했다. 오늘은 마저 읽어 내고 감상은 나누고 싶다고 하신다. 내가 가져온 책은 국가 행사의 이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알려지는 이야기만큼이나 뒷 이야기는 재미있는 법이다. 그중 몇 개를 골라 전했다. 다행히 모두들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쓰담이 가져온 <목요일엔 코코아를>. 옮긴이인 권남희 작가님을 보며 따라왔다고 한다.



베로니카

- 가져온 책: <하나님과의 수다>


쓰담 (커피문고 대표)

- 가져온 책: <목요일엔 코코아를>

- 읽은 책: <어스>, <더 셜리 클럽>


셜리

- 가져온 책: <데미안>


어니스트 (starry garden)

- 가져온 책: <라틴어 수업>

- 읽은 책: <어스>, <베로니카는 죽기로 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짧은 책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준비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10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단서를 붙였다. "단 세 문장 이상 다섯 문장 이하."


다들 답하기를 머뭇거렸다.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생각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했다. 책을 읽고 나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겠노라 했다. 고개를 끄덕이고 책으로 눈을 가져갔다.



사실 지금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책을 한참을 읽고 나서 고개를 들었다. 현실로 돌아오라는 신호. 베로니카는 이 책을 끝까지 읽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책이 있다. 읽기를 머뭇거리다, 읽기 시작하고는 끝까지 다다르는 책. 그 끝에는 어떤 광경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다음 독서모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셜리는 드디어 완독에 성공했다. 몇 년 뒤에 다시 읽겠노라고 선언하신다. 아직은 책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나이를 타는 책이 있고, 시대를 타는 책이 있다. 이른바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은 나이를 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년 뒤 그녀가 다시 집어 읽을 <데미안>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그때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실기 기대된다. 독서모임을 계속할 이유가 하나 늘었다.


쓰담은 작가가 나를 어디로 인도할지 궁금하다고 한다. 소설가는 이야기꾼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데리고 가 감동을 주기고 하고, 생각을 넓혀주기도 한다. 쓰담은 이야기꾼 등을 보며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한다.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기대하며 말이다. 어디에 도착할지 궁금하다. 독서모임을 고대하는 이유가 하나 늘었다.


나는 고상한 라틴어 세계에 빠졌다. <라틴어 수업>은 언어를 단순히 기술적으로 알려주는 강의가 아니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언어에 남긴 문화, 예술, 관습,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다. 즉 종합인문수업이 된다.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하나의 단어로 치환되지 않는다. 그 단어에는 문화도 예술고 역사도 관습도 담겨있다. 그 의미를 알아가는 길이 궁금해진다. 독서모임을 또 하길 원하는 이유가 늘었다.


독서모임을 계속하고픈 마음을 담는 책 이야기가 끝났다. 시작할 때 질문을 다시 말했다.


"10년 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베로니카

- 하고 싶은 일을 해.

-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 불안해하지 마. 별일 아니야.


쓰담 (커피문고 대표)

- 부모님과 시간을 더 보내.

- 친구에게 휘둘리지 마.

- 책을 읽어.


셜리

- 다른 학교 가.

- 후회하지 말자.

- 순간에 최선을 다해.


어니스트 (starry garden)

- 표현을 많이 해.

- 책을 읽어.

- 글을 써.

- 운동해.

- 넌 할 수 있어.



몇 개의 문장을 내놓고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사실 질문에 의도가 있었다.


"지금 한 이야기는 10년 전 나에게 하고픈 말이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하고픈 말입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되새기는 듯했다. 네 번의 독서모임이 끝났다. 새로운 시작이 있지만, 하나의 매듭을 지웠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하고픈 말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글로 적어 놓고는 한참을 바라봤다. 지금 한 말이 10년 뒤 나에게도 할 말이 될 테니. 지금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표현을 자주 하며, 운동을 하겠다. 모두 할 수 있다는 응원을 스스로에게 하며. 10년 뒤 나에게는 더 이상 저런 말을 건네지 않도록.



한 줄 요약: 10년 전 나에게 하고픈 말. 사실 지금 나에게 하고픈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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