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만 전시회를 마치겠습니다.
브런치 작가님과 협업이 끝났다.
"어서 오세요. 권냥이 작가님의 작품을 전시한 <온전한 나의 시간>이 열렸습니다."
길다고 생각한 두 달이 어느새 끝났다. 전시회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용기를 내어 다가갔고, 너른 마음으로 받아 주셔서 시작된 전시. 그렇게 협업한 작가님에게 온 특별상까지. 드라마 같은 일이 이제는 끝이 났다.
17일 밤. 전시가 끝나고 작품을 하나씩 떼어 냈다. 이제 온전한 나의 시간이 끝나는 일이 실감된다. 높이 있던 그림은 의자를 놓고 내려놓았다. 설명하는 태그도 하나씩 떼어 냈다. 마음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갔고, 기분이 내려앉았다. 떨어진 마음 조각과 내려간 기분이 허무함을 뚝딱거리며 만들었다.
한가득 채우고 있던 커피문고가 텅 비워진다. 빈 공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원래 작품이 있어나 싶을 정도로 깨끗하다. 작품을 차곡차곡 정리하며, 떠오르는 문장이 하나 있다.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거야, 네오." -매트릭스 3-
그래도 허무함은 여전하다.
30분 남짓. 정리가 끝났다. 짧은 시간이 허무함을 키워낸다. 작품이 담긴 박스를 테이프로 붙이고 나니 정말 끝이 났다. 텅 빈 커피문고 벽을 가만히 보게 된다. 그러다 가 닿은 생각 하나. 끝은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사실. 시작과는 무척 달라진 커피문고. 그리고 남겨진 인연. 텅 빈 벽이 다르게 보인다.
다른 무엇가를 채울 가능성. 새로운 시작.
그럼 이만 전시를 마치겠습니다.
작은 일에도 참 많은 인연이 흔적을 남긴다. 일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로 나온 결과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무함이 가득할 수 있지만, 마음에는 흔적은 남기고 기억에는 추억을 남기게 된다. 또, 인연의 끈은 여전히 사람을 묶어내고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허무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흔적도, 추억도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또, 소중한 인연을 남겼다. 용기를 내고, 받아 주신 작가님과의 연결이 여전히 남았다. 전시회 중간에 오셔서 나눈 이야기, 작가님 글에 남긴 내 댓글에 답글이. 여전히 작가님과 나를 이어주고 있다.
동전 앞 뒤면 처럼 끝과 시작은 하나이다. 그리고 한 번의 시작과 끝을 경험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르다. 인연이 남아 다른 일을 하는 힘이 된다. 인연의 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지고, 새로운 일을 만들어가는 기회를 만든다.
넓은 마음으로 우리 용기를 받아 주신 권냥이 작가님.
시간을 내어 오셔서 전시를 멋지게 만들어 주신 권냥이 작가님 남편.
마음을 내어 커피문고에 오셔서 작품을 즐겨주신 모든 분.
인연을 손에 꼭 쥐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그렇게 비어진 곳은 곧 채워질 테다.
인연과 추억이 허무를 밀어내고, 마음을 채워낸다.
"그럼 이만 전시회를 마치겠습니다."
한 줄 요약: 일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인연은 계속된다.
목차
O 독립서점 생존 분투기
- 그럼 이만 전시를 마치겠습니다. (현재 글)